2023.04.24 03:00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갱스 오브 라고스]는 스콜세지 영향을 받은 나이지리아 조폭 영화입니다. 감독인 제이드 오시베루는 여성이고요.
전작 리스트를 훑어봤는데, 로맨틱 코미디, 범죄 코미디, 전기 영화 등등의 다양한 장르를 거친 모양이에요. 이 영화 전에 나온
[브라더후드]라는 영화도 [갱스 오브 라고스]처럼 범죄물이었던 것 같고요. 인터뷰를 읽어 봤는데, 나이지리아 미디어 업계에서
여성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주 배경은 라고스의 이살레 에코라는 지역입니다. 그냥 운전 중에 창문을 열어 놓기만 해도 어린애들에게 강도질을
당하는 그런 곳이에요. 영화는 오발롤라, 이피, 기프트라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대부분 주인공이고 내레이터인
오발롤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발롤라가 아주 어렸을 때 살해당한 아버지는 그 지역의 스트리트 킹이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일종의 왕자입니다. 오발롤라는 니노라는 그 동네 갱의 양아들처럼 키워지는데 니노 역시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카잠이라는 갱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데, 오발롤라는 카잠의 딸 테리를 좋아하고 있었죠.
영화는 [좋은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라고스 조폭 무리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입니다. 우린 이 사람들이
나이지리아 라고스 사회의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존재하며 기능하는지 보게 되죠. 밑으로는 시장 사람들에게서
보호세를 받기도 하지만 위로는 부패한 정당의 하부 조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오프닝이 끝난 뒤의 현재는 주지사 선거가 한창이지요.
하지만 영화는 보다 고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잖아요. 주인공은 몰락한 왕자라고.
그리고 이 사람은 어린 시절에 두 명의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는 왕국을 되찾고 원수에게
복수를 하려는 왕자 이야기가 되고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틀 안에서 마무리 됩니다.
물론 여기서 권선징악은 융통성 있는 표현입니다. 여전히 이살레 에코는 갱들이 지배하고 있고 주지사 선거가
끝나도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 중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요.
무척 폭력적인 영화이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2시간 좀 넘는 러닝타임 동안 칼과 총에 맞아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소동 속에서 경찰이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경찰이 썩었다'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는데. 아니, [존 윅] 세계도 아닌데 말이죠.
아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야심차고 활기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많은 폭력과 울분 속에서
지루해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 관객들에겐 잘 모르는 세계에 들어갈 때의 흥분이 있습니다. 그 세계가
스콜세지/코폴라의 전통을 통해 보여지긴 하지만 그래도 새롭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지요.
(23/04/24)
★★★
기타등등
제이드 오시베루의 회사는 작년 아마존과 3년 계약을 맺었고 이 작품은 아마존 프라임으로 소개되는
첫 번째 아프리카 영화라고 합니다.
감독: Jade Osiberu,
배우: Tobi Bakre, Adesua Etomi, Iyabo Ojo, Demi Banwo, Chioma Akpotha, Damilola Ogunsi, Tayo Faniran, Zlatan Ibile, Bimbo Ademoye, Toyin Abraham, Yvonne Jegede, Yinka Quadri, Chike, Pasuma
IMDb https://www.imdb.com/title/tt19704612/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9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