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

2020.05.04 22:49

DJUNA 조회 수:3369


[로마의 휴일]을 보고 왔습니다. 오드리 헵번의 첫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가 아는 오드리 헵번이라는 배우를 세상에 알린 영화지요.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에 대해 상상하곤 합니다. 가끔 세상 누구와도 닮지 않은 스타가 태어나곤 하는데,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그랬어요.

헵번의 캐릭터 앤 공주는 원래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진 시먼스를 고려했던 역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잘 했을 것 같고 연기는 더 좋았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헵번처럼 신선하지는 않았겠지요. 앤 공주의 상대역인 조 브래들리 역은 처음엔 캐리 그랜트에게 갔다고 하는데, 역을 보면 정말 그랜트를 염두에 두었을 법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랜트가 거절하자 펙에게 갔고, 전 이 역시 올바른 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캐릭터가 그랜트스럽다고 해도 조금 더 안전하게 그려질 필요가 있어요. 펙의 우직함은 여기서 큰 도움이 됐죠.

오드리 헵번의 캐릭터인 유럽순방 중인 가상국가의 공주 앤입니다. 주치의는 로마에서 스트레스로 폭발한 공주에게 진정제를 주사합니다. 몰래 로마의 밤거리로 나왔다가 벤치에서 잠이 든 앤 공주를 미국 기자 브래들리가 발견해 집으로 데려와요. 다음 날, 브래들리는 자기 집에서 잠이 든 여자가 지금 공식적으로는 병중이라는 앤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진기자 친구 어빙과 함께 특종을 잡을 음모를 꾸밉니다. 그리고 앤 공주와 함께 로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죠.

관광영화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로마라는 도시를 [로마의 휴일]을 통해 기억합니다. 아직 전쟁의 상흔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50년대의 흑백 도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고, 진실의 입에 손을 집어넣고, 스쿠터로 거리를 질주하고, 유람선 무도회에 참석한 도시요. 로케이션의 비중이 크고, 스튜디오 촬영도 치네치타에서 했으니 거의 이탈리아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마샬 플랜 때문에 이탈리아서 최대한 돈을 쓰며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음모와 계략으로 시작되긴 하지만, 사실 이야기는 평범하고 결말도 예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둘은 사랑에 빠질 것이고 브래들리는 계획을 포기하겠지요. 여전히 로맨틱함과 유머가 적절하게 배합된, 매력적으로 쓰인 작품이긴 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스토리의 진행이 아니라 배우들, 그 중에서도 앤 공주를 연기한 배우의 매력인 것입니다. 그리고 윌리엄 와일러가 새로 발굴한 오드리 헵번이라는 신인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배우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영화 한 편을 장악하는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였던 것이죠. 그리고 그 매력은 정말로 낯선 것이었습니다. 거의 외계인처럼 보일 정도로. 그리고 그레고리 펙은 이 신인이 매력을 잔뜩 발산할 수 있도록 적당히 뒤로 물러서 보조해 주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오로지 옛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능했던 사랑스러움 자체였습니다. (20/05/04)

★★★☆

기타등등
속편 계획이 잠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만들어지지는 않았어요.


감독: William Wyler, 배우: Gregory Peck, Audrey Hepburn, Eddie Albert, Hartley Power, Harcourt Williams, Margaret Rawlings, Tullio Carminati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625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0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