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니드 가이다이의 [이반 바실리예비치, 직업을 바꾸다]의 원작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저자 미하일 불가코프의 희곡 [이반 바실리예비치]입니다. 원작은 1930년대 중반에 쓰였지만, 작가 사후인 1965년에야 출판되었습니다. 영화는 시대배경을 현대, 그러니까 1970년대로 옮겼어요. 당시 소련에서 히트작이었대요.

시간여행 이야기입니다. 엔지니어인 슈릭은 자기 아파트에서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험은 성공해서 15세기 러시아와 연결통로가 생깁니다. 하지만 실수로 아파트 관리인인 이반 바실리예비치 분샤와 어쩌다 슈릭의 아파트에 들어온 좀도둑 조르쥬 밀로슬랍스키가 과거로 가고, 분샤와 똑같이 생긴 폭군 이반이 슈릭의 아파트에 남게 됩니다. 시간통로는 닫히고 두 세계에서는 여러 소동이 벌어져요.

원작은 스탈린 시대에 대한 풍자극이었습니다. 스탈린과 폭군 이반의 비교는 자연스럽지요. 1970년대로 옮기면 아무래도 이 비교의 의미가 사라져버립니다. 1970년대 소련도 살기 아주 좋은 곳은 아니었고, 영화는 이 시대의 경직된 관료주의, 고장난 시스템, 경제 문제 등등을 경쾌하게 풍자하지만 그 때문에 원작이 가지고 있었을 날카로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는 호들갑스러운 코미디입니다. 단지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지금은 농담의 약발이 어느 정도 닳은 느낌입니다. 재미있는 영화적 시도도 있고 좋은 슬랩스틱도 있는데, 이것들이 지나치게 노력하는 코미디의 과잉 속에 묻힌다고 할까요. 불필요한 장식이 좀 많은 영화입니다. 물론 시대와 별도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통하지 못하는 농담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안에 있는 불가코프의 원작이 조금 더 단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20/08/27)

★★☆

기타등등
모스필름 공식 유튜브 계정에 있습니다. 누가 붙였는지는 몰라도 한국어 자막이 있어요. 단지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감독: Leonid Gaidai, 배우: Yury Yakovlev, Leonid Kuravlyov, Aleksandr Demyanenko, Natalia Selezneva, Natalia Krachkovskaya, Vladimir Etush, Mikhail Pugovkin, Natalya Kustinskaya, Sergey Filippov 다른 제목: Ivan Vasilievich: Back to the Future, Ivan Vasilievich Changes Profess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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