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 (2022)

2022.11.25 00:41

DJUNA 조회 수:2369


서은영의 [동감]은 김정권이 감독한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성별과 시대배경이 바뀌었어요. 과거에 있는 사람이 남자이고, 현재에 있는 사람이 여자지요. 그리고 원작의 과거는 1979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1999년입니다.

나머지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추어 무선 통신을 하던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데, 그 중 한 명이 20여년 전의 과거 사람입니다. 둘은 친구가 되고 영화 중반이 되면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가 밝혀집니다. 그리고 그 이후 둘 중 한 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요.

원작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지만 개인적으로 전 리메이크 쪽이 조금 더 잘 만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게 원작보다 조금 더 SF스럽다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SF 장르가 큰 비중으로 언급되는 드문 한국 영화이기도 하지만, 시간 여행을 조금 더 장르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이 영화에서 미래에서 온 정보를 얻은 주인공이 하는 모든 행동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완벽하게 닫힌 원이고 여기서 주인공의 자유의지는 의미가 없죠. 그리고 영화는 이걸 조금 잔인한 농담처럼 그립니다. 저에겐 같은 설정을 감상적인 운명론처럼 다룬 원작보다 더 취향이에요.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 강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쁘고 꺠끗한 원작의 김하늘 캐릭터와는 달리 이 영화의 여진구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이 없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짓을 연달아하는데, 이건 아무래도 남자들의 행동이거든요. 그렇다면 왜 '영화 속 여자들은 이런 행동을 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지만요.

영화가 그리는 과거도 더 솔직합니다. 적어도 덜 검열이 되어 있지요. 1999년 사람들은 외환위기의 후유증 속에서 여전히 삶이 힘듭니다. 그리고 20년 뒤의 미래도 다른 의미로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영화가 여전히 [논스톱] 시리즈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 역시 일종의 문화적 고증일 수도 있겠죠. 원작의 현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기가 리메이크에선 과거가 되었을 때 주는 기묘한 감흥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과거의 향수를 뽑아 먹으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괜찮은 리메이크인 거 같아요. (22/11/25)

★★★

기타등등
1. 원작에서도 1979년과 2000년 사이의 격차가 너무 좁았었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1999년을 버리기가 싫었던 모양이지요. 아, 근데 당시 종말론자들이 두려워했던 건 12월 31일이 아니라 7월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 때문에.

2. 박하선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몇 초 동안 이 사람이 김하늘 캐릭터였다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 서은영, 배우: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박하선 다른 제목: The Agreement,

IMDb https://www.imdb.com/title/tt2287237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5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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