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인 아프리카]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전 적당히 빨리 만든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연달아 챙겨보는데, 올해는 이 영화가 첫 번째 작품일 거 같아요. 어제 본 [클라우스]를 포함시킬 수도 있는데, 그 영화는 여기에 포함시키기엔 지나치게 잘 만들었지요.

크리스틴 데이비스와 로브 로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데이비스의 캐릭터 케이트는 돈 많이 버는 남편과 사는 전업주부입니다. 아들 루크를 대학에 보내놓고 두 번째 허니문 여행을 준비했는데, 그만 남편이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나가버리네요. 케이트는 혼자 잠비아로 날아가고 거기서 로브 로의 캐릭터 데릭을 만납니다. 비행기 조종사인 데릭은 척 봐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로버트 레드포드를 벤치마킹해 만든 인물, 그러니까 광활한 아프리카의 자연을 사랑하는 백인 남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로브 로는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중 가장 관광객처럼 보입니다.

조금 얄미운 영화입니다. 서구 백인 주인공들이 나오는 아프리카 배경의 영화들이 다 그런 구석이 있지요. 진짜 사람들이 진짜 문제를 안고 사는 진짜 나라가 배경이지만, 이 영화의 잠비아는 오로지 관광객용 그림만 보여줍니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과 이를 이용한 관광산업도 실제로 존재하니까 아주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가 로맨스만큼 관심을 쏟는 것은 코끼리입니다. 케이트와 데릭은 밀렵꾼에게 엄마를 잃은 새끼 코끼리를 구출하게 되고 비슷한 사정의 코끼리들을 보호하는 코끼리 보육원에 대해 알게 됩니다. 며칠 잠시 있다가 돌아갈 예정이었던 케이트는 크리스마스까지 눌러앉아 코끼리들을 돌보게 됩니다. 원래는 수의사였거든요. 남편 돌보느라고 일을 포기했지만. 네,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이렇게 쉽게 의미있는 일과 로버트 레드포드 짝퉁 남친을 동시에 찾다니.

깊이 있는 이야기 따위는 당연히 아니고 중간중간의 위기 상황도 아주 쉽게 극복됩니다. 뻔한 결말로 가는 뻔한 이야기이고 원래 딱 그 정도의 감흥만 주려고 만들었죠. 뭐랄까. 별 걱정 없이 자란 부잣집 자식들의 선량함과 비슷한 긍정적인 느낌을 풍기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얄밉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을 작정하고 비웃을 생각까지는 들지는 않는단 말이죠. (19/11/20)

★★☆

기타등등
케이트의 아들로 나오는 존 오웬 로는 로브 로 아들입니다. 닮았어요. 로브 로를 옆에 두고 크리스틴 데이비스를 엄마라고 부를 때는 좀 이상합니다.


감독: Ernie Barbarash, 배우: Kristin Davis, Rob Lowe, Fezile Mpela, John Owen Lowe, Colin Moss, Keeno Lee Hector, Thandi Puren, Waldemar Schultz, Hayley Owen, Lynita Crofford,

IMDb https://www.imdb.com/title/tt8510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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