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소닉 소서 Supersonic Saucer (1956)

2020.05.16 16:21

DJUNA 조회 수:1158


어제 [수퍼소닉 소서]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요새 제가 챙겨보는 건 1950년대 싸구려 미국 영화들인데, 이 영화는 1956년에 만들어졌지만 미국 영화가 아닙니다. 영국에서 만든 어린이 영화예요. 미국에서는 극장 상영된 적이 없고 곧장 텔레비전으로 직행한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은 영국 기숙학교예요. 겨울방학이라 학생들 대부분이 집으로 갔고 아이들 몇 명만 남았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비행접시를 발견하는데, 비행할 때만 접시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물체의 정체는 금성에서 온 어린아이였어요. 아이들은 금성 아이에게 메바라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메바는 아이들과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지구의 도덕과 법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계속 사고를 칩니다. 아이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자 근처 식당으로 날아가 음식을 훔쳐 오는 식이죠. 그런데 근처 강도단이 메바의 존재를 알게 되어 나쁜 일들이 벌어집니다. 다행히도 용감한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모든 일들은 좋게 마무리되고 메바는 다시 금성으로 돌아갑니다.

극저예산 영화이고 야심 같은 건 당연히 없습니다. 당시 비행접시 유행에 편승해서 아이들 눈높이에 재미있을 거 같은 영화를 빨리 찍어 판 것이죠. 아이들과 외계인이 범죄자들과 얽히는 이야기도 손쉬운 갈등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그렇게 머리를 쓴 작품이 아니에요.

그런데 매력이 없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싸구려로 만들긴 했는데, 메바는 괜찮은 외계인이고 귀여워요. 메바가 온 금성의 묘사도 나쁘지 않고요. 그리고 1950년대 영국 기숙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다보니 흔한 할리우드 남자어른들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고 그게 나쁘지가 않습니다. 그냥 [뽀뽀뽀] 같은 프로그램의 꼭지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간을 먹고 오래 되어서 조금 괴상한 골동품처럼 된 것이죠. 요샌 이런 영화도 유튜브로 챙겨볼 수 있게 된 거고.

위에서 '미국에서는 극장상영한 적 없다'라고 말했는데, 그건 이 작품이 스필버그의 [E.T.]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는 영화로 종종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 사람이 거의 없는 영화이니 스필버그가 보았을 가능성은 낮아요. 외계인과 어린아이들의 만남을 다룬 SF는 그 이전에도 많았고 이들 상당수는 비슷비슷한 방향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이 두 영화의 유사성은 그리 신기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신기해할만큼 닮지도 않았지요. (20/05/16)

★★☆

기타등등
당연히 음속보다 빠를 수밖에 없는 비행접시에 '수퍼소닉'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는 것도 시대를 알 수 있는 단서지요. 당시는 아직 초음속이라는 형용사가 쿨했을 때니까요.


감독: Guy Fergusson, 배우: Marcia Manolescue, Gillian Harrison, Fella Edmonds, Andrew Motte-Harrison, Tony Lyons, Hilda Fenemore, Donald Gray, Patrick Boxill, Raymond Rollett, Patrick Conno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247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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