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모드 Saint Maud (2019)

2021.09.02 01:14

DJUNA 조회 수:2391


[세인트 모드]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로즈 글래스라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에요. 작년 부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고 감독상을 받았는데, 전 그 때 놓쳤습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들어와서 봤어요.

주인공은 모드라는 이름의 호스피스 간병인입니다. 얼마 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위험할 정도로 신심이 깊어요. 모드는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만다 콜이라는 무용수의 간병을 맡게 되고, 점점 이 사람의 영혼을 구한다는 사명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영화는 모드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의 파편들을 조금씩 뿌려요. 이 정보들은 끝까지 하나로 조립되지 않지만, 관객들이 이미 아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믿을 수 없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거요.

스콜세지라면 '영적인 영화'로 분류할 법한 영화입니다. 모드는 위험하고 미쳤지만 그만큼이나 신심 깊은 사람입니다. 그 믿음이 아주 섬뜩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하는데, 영화는 모드를 그렇게까지 작정하고 비판하거나 조롱할 생각은 없습니다. 모드의 여정 역시 정통적인 가톨릭 성인 전기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아요. 원래 이들의 이야기는 툭하면 변태스럽고 끔찍한 방향으로 흐르잖아요. 세속적인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관객들은 그 때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 미친 이야기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영화는 중세의 종교적 믿음이 현대의 외롭고 상처받고 위태로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생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85분 정도 되는 소품입니다. 영화가 갖고 있는 재료도 딱 그 러닝타임을 채울 수 있을 정도고요. 단지 영화는 이 재료들을 아주 압축적으로 써먹고 있습니다. 잘 쓰인 단편처럼 마지막 절정을 향해 치밀하게 편집된 페이스로 올라가는 영화예요.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논리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을 주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피드 클락과 제니퍼 일리의 캐스팅도 훌륭하고요. (21/09/02)

★★★☆

기타등등
1.66:1 화면비로 찍었다가 편집 과정 중 2.39:1 와이드스크린으로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몇몇 장면에서는 CG로 화면을 늘렸다고 합니다.


감독: Rose Glass, 배우: Morfydd Clark, Jennifer Ehle, Lily Knight, Lily Frazer, Turlough Convery 다른 제목:

IMDb https://www.imdb.com/title/tt755710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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