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마블 팬이 아니라 영화화 소식을 접하기 전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없죠... 아니, 듣긴 들었을 겁니다. 필요한 정보만 취하느라 대부분 한 귀로 흘렸겠죠. 그래도 어디선가 그루트에 대해 들었다가 그 컨셉에 대해 조금 생각한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르겠어요.

영화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히어로물인 [어벤저스]보다 전통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에 가깝습니다. 그건 영화가 서부극에 더 가깝다는 말이기도 하죠. 주인공인 피터 퀼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초능력자라고 보기엔 평범한 존재들이고 이들의 위치 역시 안티 히어로쪽입니다. 당연히 영웅화는 이루어져 있지 않고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공식을 일부러 깨고 있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기가 주인공인 독립적인 영화를 갖고 있는 [어벤저스]와는 달리 처음부터 팀이 중요하고 코미디가 더 강합니다.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와 그 합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척 봐도 오합지졸인 주인공들이 툭탁거리면서 싸우고 어울리다가 팀이 되는 과정의 이야기가 '오브'라는 맥거핀보다 더 중요하죠. 적어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의 묘사는 훌륭합니다. 캐스팅도 적절하고 그들을 그리는 헐렁한 태도도 영화에 맞아요. 아직까지는 마블 유니버스의 대부분 세계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시리즈의 일부가 되려는 의무감 없이 이들을 마구 굴리고 있기도 하고요.

단지 캐릭터와 캐릭터에 종속된 드라마를 떠나면 모든 게 클리셰로 남습니다.악역은 너무나 전형적인 판타지 악역이고, 어렸을 때 외계인에게 납치된 주인공이 우주를 누비는 이야기인데도 그려지는 외계 행성 묘사엔 상상력이나 그에 따른 경이의 느낌이 이상할 정도로 부족하죠. 심지어 이들에게 모델을 제공했을 2,30년대 구식 스페이스 오페라보다도 못한 것 같습니다. 액션은 요새 유행하는 번뜩번뜩 디지털 특수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서 평범하고요. 어차피 영화는 작정하고 복고를 내세웠으니 조금 느긋하게 아날로그적 접근법을 취했어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조금만 더 B급으로 가거나요. 지금 결과물은 트로마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는 너무 주류예요.

재미있는 액션물이고 캐릭터들도 귀엽지만 1편보다는 2편이 기대되는 이야기인데, [아이언맨] 시리즈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걱정스럽습니다. 마블 유니버스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접고 주인공들에게 조금 더 자유를 주면 좋을 텐데, 그게 가능하긴 할까요. (14/08/06)

★★★

기타등등
상암 아이맥스관에서 봤습니다. 아이맥스 관에서만 화면비율이 바뀌는 영화니까요. 이런 유행이 얼마나 갈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 James Gunn, 출연: Chris Pratt, Zoe Saldana, Dave Bautista, Vin Diesel, Bradley Cooper, Lee Pace, Michael Rooker, Karen Gillan, Djimon Hounsou, John C. Reilly, Glenn Close, Benicio Del Toro

IMDb http://www.imdb.com/title/tt20153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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