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Milk (2008)

2010.02.23 00:43

DJUNA 조회 수:11837

 

하비 밀크의 전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일생을 순교자 영웅이 서사에 맞추어 기억하는데, 사실 그게 그렇게 잘 맞지 않기 때문이죠. 여기에 맞추어 그를 보면, 그가 공직에 있었던 게 겨우 11개월밖에 안 되며, 그의 죽음도 정치적 암살보다는 불운한 사고에 가깝다는 사실을 왜곡하게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해결책은 하나입니다. 캐릭터의 상징성을 지워버리고 최대한 정직하게 이 인물의 인생에 접근하는 것이죠. 그리고 [밀크]의 감독 거스 반 산트와 각본가 더스틴 랜스 블랙이 취했던 방법도 그 솔직함이었습니다. [밀크]는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이고 숨기는 게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하비 밀크가 애인인 스코트 스미스를 만나 뉴욕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1970년부터 댄 화이트에게 살해당한 1978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절반은 밀크가 시의원에 당선되기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가 시의원이 되어서 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중간중간에 그의 사생활의 묘사도 들어가고요.

 

영화의 묘사는 거의 다큐멘터리적 성실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가 그리는 8년 동안 하비 밀크가 했던 중요한 일들은 모두 정확하게 재현됩니다. 중간중간에 당시 뉴스 클립이나 다큐멘터리 자료들이 삽입되어 사실성을 더하고요. 아니, 이 영화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적일 수 있습니다. [밀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캐릭터를 탈색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70년대 게이 스테레오타입에 가깝게 행동하거나 사생활이 박살나는 일이 있어도 그 과정을 변호하거나 미화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단 말이죠. 그건 댄 화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그를 악당으로 몰지 않아요. 끔찍한 일을 저지른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그릴 뿐이죠.

 

이런 충실한 재현 덕택에 [밀크]는 오히려 더 강렬한 영화가 됩니다. 관객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상화된 영웅의 초상 대신 친근한 보통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단지 그 인물은 우리보다 더 카리스마가 넘쳤고 더 매력적이었으며 더 원대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었죠. 주인공과 관객들의 경계선이 깨지자 다소 교과서적일 수 있었던 영화의 메시지가 손에 들어올 수 있는 구체적인 무언가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진짜로 이 영화에서 하비 밀크가 우리에게 주려고 한 희망은 물리적인 힘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말 그대로 충전됩니다.

 

숀 펜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가 자연인 하비 밀크와 얼마나 닮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엡스타인/프리드먼의 [하비 밀크의 시대]는 그의 공적인 모습만 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숀 펜이라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재창조한 이 게이 남자의 모습은 울컥할 정도로 강렬한 사실성이 느껴집니다. [밀크]의 하비 밀크는 그의 최고 걸작입니다. (10/02/23)

 

★★

 

기타등등

촛불 시위는 어딜 가도 비슷해보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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