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Kursk (2018)

2019.01.07 14:47

DJUNA 조회 수:5634


[쿠르스크]는 시사회 연락을 받기 전엔 아무 사전 정보도 없었던 영화입니다. 토마스 빈터베르크가 감독한 것도 몰랐어요. 제목을 보면 소련이나 러시아와 관계가 있는 거 같았고, 포스터에 나온 콜린 퍼스의 유니폼을 보니 독소전 탱크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았습니다.

보니까 잠수함 영화더라고요? 실화 배경인 거 같았고요. 분명 전에 뉴스에서 보았을 거 같은 이야기이긴 한데, 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이야기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결말 부분에서는 몇 초 놀랐어요. 보다 관습적인 모험담의 결말을 기대했기 때문에. 그 때까지 전 시사회를 찾은 다른 관객들과 조금 다른 영화를 보았던 거 같습니다.

K-141 쿠르스크는 러시아 해군의 핵잠수함 이름입니다. 2000년 8월 12일, 바렌츠해에서 훈련 중 침몰했고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로버트 무어라는 저널리스트가 이 소재를 갖고 [A Time to Die:: The Untold Story of the Kursk Tragedy]라는 책을 썼는데, 이게 영화의 원작입니다.

영화는 두 세계를 오가면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세계는 쿠르스크 잠수함입니다. 훈련 중인 잠수함이 침몰하고 소수의 생존자들이 구조될 때까지 살아남으려 발버둥칩니다. 두 번째 세계는 물 바깥이죠. 남편과 아들이 살아남았는지 궁금해하는 가족, 생존자를 구출하려 하지만 높은 양반들의 방해로 쩔쩔 매는 러시아 해군, 어떻게든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영국 해군 준장 데이빗 러셀의 이야기가 오갑니다.

큰 그림을 빼면 대부분 '사실에 바탕을 둔 허구'일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일단 쿠르스크 잠수함이 어떻게 침몰했는지도 알 수 없고 그 안에서 승무원들이 어떻게 버텼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영화는 하나의 가능한 가설을 갖고 그에 맞는 허구의 인물들을 붙여서 이야기를 짜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 이야기를 꼭 믿을 필요는 없어요.

러시아 영화였다면 정말 찡했을 작품입니다. 무능하고 잔인한 정치가들과 장군들 때문에 충분히 살 수 있었던 군인들이 희생되는 이야기죠. 하지만 러시아에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고, 유럽에서 만들어진 영어 영화는 아무래도 이들의 사정에 깊이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서유럽 배우들이 러시아 사람들을 영어로 연기하는 게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아무리 진지하게 그려도 남의 이야기가 됩니다. 데이빗 러셀의 비중이 이상하게 커서 심지어 국내 포스터에서는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도 어색하죠.

그래도 영화는 다르고 있는 원초적인 감정들을 잘 살려내고 있고, 여전히 단순화되긴 했지만 잠수함의 디테일은 밀덕 판타지였던 [헌터 킬러]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그린 이 모든 모험들이 예정된 실화의 결말로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19/01/07)

★★★

기타등등
화면비는 2.35:1. 하지만 도입부와 후반부는 1.66:1입니다.


감독: Thomas Vinterberg, 배우: Léa Seydoux, Colin Firth, Matthias Schoenaerts, Max von Sydow, August Diehl, Matthias Schweighöf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495198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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