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전트 Divergent (2014)

2014.04.10 22:14

DJUNA 조회 수:12950


[다이버전트]는 베로니카 로스의 삼부작 SF의 첫 편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전쟁으로 (편리하게도) 시카고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멸망한 미래가 배경입니다. 그 전쟁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였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 나오죠. [헝거 게임] 이후 나온 미국 청소년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다 이 모양입니다. 심지어 가상이어도 세계 역사 안에서 미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제대로 상상하지 못 하는 겁니다.

하여간 이들의 사회는 다섯 개의 분파로 나뉩니다. 이타적인 애브니게이션은 주로 정치와 행정을 맡습니다. 용감한 돈트리스는 군인, 경찰이고요. 지식인인 에러다이트는 과학자, 교수 그룹이고, 평화주의자인 애머티는 농업, 정직한 캔더는 법조인입니다. 그 외에 어느 곳에도 낄 수 없는 무당파들이 있고요. 쓸데없이 멋스러운 이름이 붙은 분파 구별이야 이 장르의 클리셰라고 치고 넘어간다고 쳐도, 어떻게 갑자기 시카고 사람들이 이렇게 다섯 개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원작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사회가 운영이 가능한가요? 구멍이 너무 많잖아요.

이야기 역시 클리셰. 용감한 10대 여자주인공의 성장담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열 여섯 살이 되면 적성검사를 받아 그들이 선천적으로 어느 그룹에 속해있는지 알게 되고 그것과 별도로 성년식에서 자기 분파를 고르게 됩니다. 그런에 우리의 주인공 트리스는 알고 봤더니 다이버전트, 그러니까 다섯 개의 분파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은 존재입니다. 다섯 분파의 모든 장점을 갖춘 이런 개인들은 알고 봤더니 시스템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다죠. 트리스는 자기 분파를 떠나 돈트리스 분파에 들어가 훈련을 받는데, 그러는 동안 에러다이트 분파가 애브니게이션을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트리스가 돈트리스 분파에서 받는 훈련이 영화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시간의 절반 정도는 전쟁 이후 시카고에 만들어진 괴상한 분파 시스템 설명. 그 나머지가 사태 해결을 위한 액션입니다. 다들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어요. 우선 분파 시스템이라는 것이 21세기 미국 10대 아이들의 고민을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극히 인위적인 발명품이라는 게 보이죠. 훈련이나 전투 묘사도 건성이고요. 주인공들이 참으로 대책없이 행동하는데, 그런데도 지지 않는 겁니다. 상대가 더 멍청하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런 식이에요. 논리나 내용보다 스타일과 10대 관객에 대한 아부가 더 중요한 거죠.

닐 버거의 연출도 이런 클리셰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캐릭터 설정, 음악 선곡, 캐스팅, 의상, 특수효과에 이르기까지 다 전에 어디선가 본 거 같아요.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 영화가 자기만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14/04/10)

★★

기타등등
원작자 베로니카 로스는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인 모양이더라고요. 그걸 알고 영화를 보니 그럴싸합니다. 특히 지식인과 과학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는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더군요.


감독: Neil Burger, 출연: Shailene Woodley, Theo James, Ashley Judd, Jai Courtney, Ray Stevenson, Zoë Kravitz, Miles Teller, Tony Goldwyn, Ansel Elgort, Maggie Q, Mekhi Phifer, Kate Winslet

IMDb http://www.imdb.com/title/tt184030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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