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2014)

2014.05.27 09:49

DJUNA 조회 수:26131


미믹이라는 외계 종족이 지구를 침략합니다. 유성을 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아무도 몰라요. 급속도로 세를 불리며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밖에. 이대로 가면 이들이 영불해협을 건너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다행히도 지구인들은 얼마 전에 베르됭에서 첫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엑소수트라는 최신식 강화복 덕분이었다죠. 자신감을 얻은 연합군은 대규모 상륙 작전을 감행합니다.

주인공 빌 케이지는 사실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실전 경험이 없는 홍보담당 장교인 그의 진짜 전쟁터는 카메라 앞이죠. 하지만 융통성 없는 브리검 장군 앞에서 깝죽대다가 체포된 그는 상륙 작전을 앞둔 엑소수트 부대로 끌려가고 맙니다. 엑소수트 훈련을 받긴 커녕 작동법도 제대로 모르는 그는 당연히 몇 분을 버티지 못하고 전사하죠.

빌 케이지의 이야기가 진짜로 시작되는 것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그는 죽자마자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깨어나는데, 하필 그 시간이 부대로 끌려온 바로 그 때인 거죠. 그는 어떻게든 운명의 흐름을 바꾸려하지만 늘 해변에서 전사하고 다시 똑같은 시간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던 도중 그는 해변에서 '베르됭의 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리타 브라타스키의 목숨을 구해주는데, 죽기 전에 그녀로부터 깨어나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이상한 말을 듣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사랑의 블랙홀] + [스타쉽 트루퍼스]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이야기려나요.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라이트 노벨인 [All You Need is Kill]을 각색한 더그 라이먼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전 영화들의 레퍼런스만으로도 내용 설명이 가능한 영화입니다. 어떻게 이 원작이 할리우드까지 날아갔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라이먼은 이 익숙한 재료들을 가지고 멋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디오 게임 같은 영화'는 보통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정확한 설명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빌 케이지의 모험은 말 그대로 비디오 게임입니다. 죽는 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이전에 세이브한 지점으로 돌아가죠. 새 게임을 시작하면 경험이 축적되니 실수만 안 한다면 이전보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케이지의 삶이 편해지는 건 아닙니다. 전쟁은 늘 고통스럽고 매번 겪는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그는 지구의 운명을 건 게임을 하고 있죠. 주인공의 압박감이 늘었다면 모를까 줄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이 게임을 묘사하면서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냅니다. 반복되는 상황들을 편집하고 나열하는 동안 일종의 음악을 만들어낸 거죠. 그렇다고 같은 자리만 빙빙 도는 게 아니라 주어진 조건 안에서 다른 공간과 시간대를 최대한으로 탐사하며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맵은 상당히 넓습니다. 미믹이 그렇게 매력적이거나 재미있는 존재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비디오 게임용 괴물 역은 충분히 해내고 있고 아무리 업햄스러운 캐릭터로 시작해도 톰 크루즈는 여전히 톰 크루즈라 액션의 무게만 따져도 충분하고요. 에밀리 블런트 역시 여기서 끌려다니는 일 따윈 없습니다.

영화는 로맨스의 활용에도 이 반복을 적절하게 활용합니다. 빌 케이지와 리타 브라타스키의 관계는 비대칭적입니다. 둘은 몇 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온갖 일들을 겪지만 여자 쪽은 그 반복의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고 누적되는 기억을 갖고 있는 건 남자 뿐이죠. 이러다보니 한쪽으로 기운 애정의 흐름이 형성되는데, 영화는 어떻게 보면 스토커스러울 수도 있는 이 관계의 조율을 제대로 했습니다. 남자가 상황을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분위기를 풍기지 않고 진행되는 액션도 망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이들의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낸 거죠. 배우들의 화학반응도 좋아서, 특별히 작정하고 연애하는 이야기는 아닌데도 예상외로 상당히 로맨틱한 영화입니다.

여전히 기성품입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힘을 적절하게 쓰며 재료들을 거의 이상적으로 운영하는 기성품이죠. 하긴 대부분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영화들이 그랬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훌륭한 오락물을 만드는 건 든든한 지원을 받는 노련한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다들 자기 아이디어를 할리우드로 보내려는 게 아니겠어요. (14/05/27)

★★★☆

기타등등
단테 하퍼가 쓴 이 영화의 첫 번째 각본은 2010년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종 영화 크레디트엔 이름을 올리지 못 했어요. 심지어 그의 IMDb 항목에는 아직 작가 섹션도 없더군요. 그래도 자기 스펙 각본을 백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니 손해 본 건 아니죠. 최종 각본과 첫 번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집중적으로 고친 부분은 후반부인 것 같습니다만.


감독: Doug Liman, 출연: Tom Cruise, Emily Blunt, Brendan Gleeson, Bill Paxton, Noah Taylor, Jonas Armstrong, Tony Way, Kick Gurry, Franz Drameh, Dragomir Mrsic, Charlotte Riley, Masayoshi Haneda

IMDb http://www.imdb.com/title/tt163186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05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