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

2013.01.05 15:26

DJUNA 조회 수:17172


2004년에 인도양을 덮친 쓰나미를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스페인의 알바레스-벨론 가족도 그 재해의 희생자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인 생존자들에 열광하듯, 그들은 스페인 매스컴의 집중 취재대상이었고, 결국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더 임파서블]이라는 스페인 영화가 하나 나오고 말았습니다.

단지 변형이 있었습니다. 이제 주인공들은 알바레스-벨론 가족이 아니라 베넷 가족이었고,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나오미 와츠와 유안 맥그리거였습니다. 좀 괴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해요. 이들을 캐스팅해서 영어 영화로 만들면 제작비를 모으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주목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인 척 하면 사람들이 더 볼 거고요. 그런다고 이야기 자체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스페인 영화가 미국 영화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설명할 이야기는 거의 없는 영화입니다. 태국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던 가족이 쓰나미를 만나 흩어집니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엄마가 큰 아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후반부에서는 두 아들과 함께 남은 아빠가 아내와 사라진 큰 아들을 찾아나서죠.

이런 종류의 재난영화에 종종 나오는 '위기 극복의 연속' 구조는 없습니다. 쓰나미라는 것이 원래 굵고 짧은 재난이니까요. 대신 영화는 주인공들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에 집중합니다. 육체적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나오미 와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쓰나미 이후 이 사람이 겪는 고통을 보면 정말 몸이 아픕니다. 이 영화에서 고통은 액션의 부산물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예요.

심리적 고통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그 애매한 상태가 주는 조바심과 공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 이외에도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고통과 혼란을 묘사합니다. 전 아들 루카스가 엄마 마리아와 함께 있는 동안 겪는 온갖 종류의 혼돈이 더 와닿더군요. 특히 엄마의 노출되고 망가진 육체를 접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춘기 남자아이가 느끼는 난처함과 같은 것 말입니다. 큰 아들의 캐릭터 비중도 커서, 전 유안 맥그리거보다 루카스를 연기하는 톰 홀랜드가 더 '남자주인공' 같더군요.

종종 지나치게 관객들의 감정을 조작하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나 [더 임파서블]은 효율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멜로드라마입니다. 걸리는 것이 있다면, 태국의 쓰나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정작 태국인들은 배경이거나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관심을 갖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법. 서양 사람들 보고 왜 태국인들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느냐고 하는 대신 태국 영화들을 살펴보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태국에서는 [쓰나미 2022]라는 SF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13/01/05)

★★★☆

기타등등
왜 '디 임파서블'이 아니고 '더 임파서블'이냐고 묻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감독: Juan Antonio Bayona, 배우: Naomi Watts, Ewan McGregor, Tom Holland, Samuel Joslin, Oaklee Pendergast, Marta Etura, Sönke Möhring, Geraldine Chaplin, Ploy Jindachote, 다른 제목: Lo imposible

IMDb http://www.imdb.com/title/tt164941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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