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위 고 Away We Go (2009)

2010.02.23 00:49

DJUNA 조회 수:8170

 

[어웨이 위 고]는 폭신한 곰인형과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베로나와 버트는 그냥 '귀엽다'라는 표현 하나만으로 반 이상이 설명되는 사람들이죠. 그 때문에 조금 민망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모델이 영화의 공동각본가인 벤델라 비다와 데이빗 에거스 자신이라는 건 비밀도 아니니까요. 과연 그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귀여운 사람들인지, 아니면 각본을 위해 자기네들을 조금 더 예쁘게 꾸민 건지, 전 모릅니다. 하지만 소문을 들어보면 꽤 재미있는 사람들인 것 같긴 해요.

 

영화가 시작되면 베로나는 임신합니다. 처음에 둘은 별 걱정이 없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근처 집에 사는 버트의 부모 도움을 얻을 생각이죠. 심지어 거기로 이사 온 것도 순전히 그 이유 하나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갑자기 폭탄이 떨어집니다. 버트의 부모가, 아기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벨기에로 날아가 2년 간 머물 계획이라고 선언한 것이죠. 부모의 노동력과 시간을 착취하려는 계획이 무참히 깨지자, 커플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 혼란은 곧 그들의 관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지요. 결국 그들은 여행을 떠납니다. 표면상으로는 버트의 직장 인터뷰와 친구/친척 방문이 목적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생각인 것이죠.

 

이들이 각각의 챕터마다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커플들입니다. 사실 진짜 사람들보다는 특정 스테레오 타입을 과장한 것 같은 인물들이에요. 아이들 앞에서 온갖 천박한 소리를 지껄여대는 베로나의 옛 직장 상사, 극도로 과장된 히피 커플인 버트의 사촌, 온갖 인종의 아이들을 세트로 맞춘 것처럼 입양해 사는 베로나의 대학 동창, 아내가 떠나버려 어쩔 줄 몰라하는 버트의 형과 같은 사람들은 실제 인물들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커플상과 고민들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모델들처럼 보입니다. 생각해보니 버트의 부모도 여기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시되는 모델들이 과장되어 있고 코미디나 드라마의 깊이 역시 그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아주 깊이있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는 없지만, 그 와중에서도 베로나와 버트는 최선을 다합니다. 각각의 챕터에 어울리는 리액션도 완벽하게 취해주지만, 그 안에서 자기네들의 관계와 아기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잊지 않지요.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들은 무척 귀여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동조하게 됩니다.

 

[어웨이 위 고]는 정말로 좋은 영화가 되기엔 지나치게 귀여운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베로나와 버트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없으라는 법도 없고 그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죠. 그리고 진지하고 영리하고 착하고 귀여운 사람들 곁에서 두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억지로 우리의 불쾌한 개성을 안겨줄 필요는 없다고요. (10/01/27) 

 

★★★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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