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2013)

2013.08.29 01:19

DJUNA 조회 수:17284


사연이 많은 영화죠. 원래는 이명세가 [미스터 K]라는 제목으로 만들려 했었는데, JK 필름에서는 시류를 못 따라가고 촌스럽다면서 감독을 해고해버렸습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은 건 [해운대]와 [퀵]의 조감독이었던 이승준이었고요. 결국 나온 건 [스파이]라는 제목을 단 첩보 코미디인데, 이게 이명세가 만들려던 영화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익숙해요. 철수와 영희는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입니다. 스튜어디스인 영희는 남편이 '출장을 이상하게 많이 가는'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철수는 국정원 스파이죠. 북한요인의 암살사건이 발생하고 요인의 딸이 망명을 시도하려 하자 철수는 태국으로 날아가는데, 하필 영희도 일정을 바꾸어 같은 나라로 갑니다. 그리고 혼자 무심한 남편 때문에 울분을 터트리고 있는 영희 앞에 제임스 라이언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납니다.

이 정도만 해도 떠오르는 영화가 있죠. 제임스 카메론의 [트루 라이즈]요. 이 영화는 리메이크이니 예의바르게 [토탈 라이즈]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프랑스 코미디 원작인 [La Totale!]을 대는 것도 좋겠군요. 스케일이나 액션을 보면 [토탈 라이즈]보다는 [트루 라이즈]에 가까운 영화인데, 간담회에서 들어보니 정식 리메이크는 아닌 모양입니다. 하긴 그 사람들도 검토하고 괜찮다고 생각했으니 만들었겠죠.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이승준에게 얼마나 시간여유가 주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코미디와 액션은 대부분 거기 그냥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희극적이어야 할 캐릭터(특히 문소리의 영희)는 재미있다기보다는 짜증이 나고 액션은 투박하기 그지 없어요. 결정적으로 이 두 장르의 결합은 시너지를 내는 대신 서로의 속도를 떨어뜨립니다. 이러면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 동안 싱겁게 반복되지요.

익숙한 JK 필름 영화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적당히 볼만하게 만든 내수용 장르 영화죠. 액션, 코미디, 신파가 예측가능한 비중으로 섞여 있고 많이 통속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대놓고 촌스러울 거라면 차라리 이명세식으로 촌스러운 게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 상황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13/08/29)

★★

기타등등
배우들은 괜찮습니다. 캐릭터가 심심하거나 짜증나긴 하지만 모두 자기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외국인 단역들'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감독: 이승준, 배우: 설경구, 문소리, Daniel Henney, 고창석, 한예리, 라미란, 다른 제목: The Spy: Undercover Operation

IMDb http://www.imdb.com/title/tt302571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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