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Doubles vies (2018)

2019.04.28 00:36

DJUNA 조회 수:5377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신작인 [논-픽션]을 보고 왔습니다. 원제는 [Doubles vies]. 원래는 영어 제목을 [E-북]이라고 하려 했는데, 너무 전문적으로 들릴까봐 지금 제목으로 고쳤다고 하는군요. 영화는 이 두 개의 제목 모두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보도자료엔 아사야스의 최초의 코미디라고 나와있는데, 그런가요? 설마.

프랑스 출판계 종사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중심에는 꽤 평판이 좋은 출판사의 편집장인 알랭이 있습니다. 알랭의 아내인 배우 셀레나, 알랭의 출판사에서 소설을 내고 있는 레오나르, 알랭이 일하는 출판사의 디지털 마케터 로르, 정치인 비서관인 레오나르의 아내 발레리가 주변에 있죠. 이들은 영화 내내 수다스럽게 떠들어요. 그리고 프랑스 영화이기 때문에 발레리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혼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수다의 소재는 두 방향으로 흐릅니다. 일단 전자화의 폭풍을 맞은 출판계 이야기입니다. 정보화 시대에 책이란 무엇이고 문학은 무엇인가, 이 업계의 종사자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기타등등. 다른 하나는 예술가의 윤리에 대한 것입니다. 자신의 사생활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 것인가.

이들은 모두 제가 속한 업계와 관련되어 있고 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입니다. 이 수다들을 흘러보내는 리듬도 좋은 편이고요. 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의 가능성을 제대로 살린 영화이냐. 그건 아니란 말입니다.

한 마디로 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얄팍합니다. 이런 영화에서 나올 법한 모든 주제들이 다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포털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오는 기사의 제목 리스트처럼 피상적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웬만큼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를 그냥 맥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죠. 업계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면 그렇게 원론만을 만지작거리는 대신 우리가 모르거나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영역을 다룰 법도 한데 말이죠.

전 프랑스 인텔리들이 하루 종일 수다를 떠는 구성을 싫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다 버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대화의 깊이가 얇으면 아무래도 이야기도 얇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입체적이고 전문적인 스토리를 주었다면 주제도 더 깊이 다룰 수 있었을 거고 배우들도 더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출판계를 다루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삽입되는 꼭지들을 모은 것 같습니다. (19/04/28)

★★☆

기타등등
굉장히 뻔뻔스러운 자기반영적인 농담이 하나 나오는데, 너무 대놓고 뻔뻔해서 그게 진짜 농담인지도 모르겠더군요. 안 웃었다는 건 아니고.


감독: Olivier Assayas, 배우: Guillaume Canet, Juliette Binoche, Vincent Macaigne, Christa Théret, Nora Hamzawi, Pascal Greggory, 다른 제목: Non-Fict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725005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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