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계절 사이 (2018)

2018.11.25 23:06

DJUNA 조회 수:5812


김준식의 [계절과 계절 사이]는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제작한 두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세종시를 주요 배경으로 촬영하고 세종시의 숨겨진 명소를 널리 알리며 지역 문화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받았다는데, 영화에 뭐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이 아닌 어디여도 상관이 없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얼마 전 서울에서 내려와 카페를 운영한 해수입니다. 근처에 사는 고등학생 예진은 해수와 가까워지고 손님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발전합니다. 예진은 해수를 사랑해요. 하지만 해수는 동네 부동산 아줌마의 소개로 핸드폰 매장 직원 현우와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예진은 해수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지만 해수에게는 이들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습니다.

보면서 굉장히 90년대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LGBT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태도 같은 것이 굉장히 천진난만해요. 이게 꼭 나쁜 게 아닐 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의 발목을 잡습니다. 꼭 영화 속 캐릭터나 이야기가 현실을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이야기 속에서 자기만의 생명력을 찾을 수 있다면 현실성은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요하잖아요. 이 영화에는 그게 빠져 있습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와 상황 어느 쪽도 그렇게까지 그럴싸해보이지 않아요. 이야기꾼이 이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 관습적 도구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문에 좀 민망해질 때도 있어요. 예진의 레즈비언 친구의 충고 같은 것들요. 다른 캐릭터가 같은 대사를 읊었다면 이렇게 오글거리지는 않았을 것도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뒷맛이 아주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건 각본을 쓰고 감독한 김준식보다는 주연배우들 덕택이죠. 이영진은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1순위로 놓을 거 같은 배우입니다. 요새는 상황이 또 달라져서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리긴 합니다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죠. 그리고 이영진은 확실히 김준식보다 해수를 더 잘 알고 있어요. 다소 뻣뻣한 각본의 빈칸을 배우가 채워주는 거죠. 예진 역의 윤혜리는 [대자보] 같은 단편 영화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신인인데, 가끔 거칠긴 하지만 캐릭터의 한계 속에서도 격정적이고 용감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둘은 아주 잘 어울리고 그림도 잘 나와서 이들을 보기만 해도 영화의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이 채워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18/11/25)

★★

기타등등
GV에서 들어보니 원래 각본의 결말을 많이 잘라낸 모양이더라고요. 지나치게 장황해서 그걸 다 살릴 필요는 없었을 거 같은데, 그래도 예진의 이야기를 그렇게 중간에서 끊어버린 건 아쉽습니다. 주인공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감독: 김준식, 배우: 이영진, 윤혜리, 김영민, 오하늬, 정은경, 다른 제목: Between the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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