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솔로: 끝없는 도전 Free Solo (2018)

2019.03.10 23:43

DJUNA 조회 수:7361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프리 솔로: 끝없는 도전]이 어제 KBS-1에서 방영되었어요. 이렇게 빨리 공중파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요샌 모든 게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렉스 호놀드라는 등반가가 요세미티 공원에 있는 엘 카피탄 암벽을 오르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엘 카피탄은 등반가들에게 악명 높은 곳이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루트로 암벽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암벽의 틈 하나 하나, 구멍 하나에 다 이름이 붙은 곳이에요. 그렇다면 호놀드의 업적은 무엇인가. 프리 솔로 등반요. 호놀드는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오로지 맨손으로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영화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맨손으로, 더 어려운 경로를 통해 엘 카피탄을 오른 사람들이 있어요. 이 영화에도 나오는 토미 콜드웰이 그들 중 한 명이죠. 이들은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용 로프를 갖고 갔습니다. 그렇다고 등반가로서 그들의 업적이 무시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위험하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정상이죠.

프리 솔로는 그 정상성의 영역에서 살짝 벗어납니다. 암만 생각해도 굳이 추구할 필요가 없는 극단적인 순수성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거죠. 이게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 게, 영화는 중간에 프리 솔로 등반을 하다가 죽은 수많은 등반가들을 나열합니다. 물론 호놀드는 등반에 성공했어요. 그러니까 영화가 나오고 상도 탔죠. 하지만 영화 속의 호놀드가 아직까지 운 좋게 살아있는 미래의 시체처럼 보이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미친 짓은 호놀드 자신의 선택이고 그가 온 몸을 바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며 그의 존재를 지탱하는 유일한 기둥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그렇게 이상한 동물인 거예요.

영화는 프리 솔로 등반을 찍는 과정의 윤리적 갈등과 공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가장 힘겨운 도전을 하는 건 호놀드지만 사실 이 사람은 자기 목숨만 걱정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호놀드의 등반을 찍어 영화로 만들려는 사람들은 동료가 촬영 과정 중 떨어져 죽을 가능성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에 추락의 원인이 바로 그 촬영 과정 자체에 있다면? 윤리적 고민을 떠나도 이 과정을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는 건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과는 달리 그들은 이 등반이 성공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요.

형식적으로는 다소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영화지만 그래도 막판이 되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호놀드가 미래에 추락사한 시체가 될 미친 놈처럼 보인다고 해도 우리의 눈 앞에서 펼쳐지는 진짜 등반은, 아직까지 오로지 영상 매체만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엄청난 구경거리인 거죠. 침대 속에서 최대한 편한 자세로 보았는데도 숨이 막히고 꼬리뼈가 아픕니다. (19/03/10)

★★★

기타등등
이 시간대 KBS 다큐멘터리가 대부분 그렇듯 자막과 더빙이 섞여 있는 형식이었죠. 보통 일상 대화는 자막으로 나오고 인터뷰 같은 건 더빙이고. 근데 이 구분이 정확하긴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감독: Jimmy Chin, Elizabeth Chai Vasarhelyi, 출연: Alex Honnold, Jimmy Chin, Tommy Caldwell, Sanni McCandless

IMDb https://www.imdb.com/title/tt777562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9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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