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2019)

2019.04.17 23:14

DJUNA 조회 수:7440


[공포의 묘지]를 보고 왔어요.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의 두 번째 각색물입니다. 첫 번째 영화는 30년 전에 메리 램버트가 만들었지요. 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테이프로 한 번 본 적 있습니다. 무서웠던 거 같은데, 사실 잘 기억은 안 나요. 지금 제대로 된 해상도와 화면비율로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군요.

영화는 [원숭이의 손]의 아이디어를 스티븐 킹 장편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빠가 의사인 4인 가족이 메인 주의 시골로 이사와요. 얼마 되지 않아 그 집의 고양이가 차에 치어 죽는데, 아빠는 이웃집 할아버지의 권유로 시체를 근처에 있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묻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고양이가 다시 살아돌아와요. 단지 성격이 조금 변해 있습니다. 그 뒤에 가족 구성원이 죽고 아빠가 그 시체를 그 묘지에 묻을 거라는 건 당연한 순서.

두 번째 영화도 스티븐 킹이 쓴 이야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단지 중반에 원작에서 벗어난 선택을 해요. (여기서부터 원작과 영화 모두의 스포일러입니다.) 원작과 램버트 버전에서는 갓난아기인 아들이 죽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들을 치려던 차가 옆으로 빠지면서 누나를 죽여요. 스티븐 킹의 원작만 아는 관객이라면 여기서 깜짝 놀랐겠죠. 그 관객들은 포스터나 예고편도 안 보고 왔다는 뜻이겠지만.

스토리의 진행 과정은 이후에도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죽은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딸이라면 이야기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원작의 갓난아기처럼 낯설고 섬뜩한 느낌은 덜해요. 일단 무덤에서 살아 온 뒤에도 어느 정도 의미있는 대화가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영화는 여기서 원작의 파괴적인 결말에서 살짝 벗어나 조금 새로운 결말을 더합니다. 전 그 결말이 한 번 해볼만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미 킹과 램버트가 같은 길을 갔으니 다른 길을 가도 상관은 없겠죠. 그게 킹의 원작보다 좋으냐. 그건 아니에요. 지금의 결말은 조금 이죽거리는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입니다. 원작에 있는 죽음과 상실에 대한 격렬한 감정이 많이 날아가버렸고요.

그냥 자주 나오는 좀 심심한 스티븐 킹 영화 중 하나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그렇게까지 영화화하기 좋지 않아요. 매력 대부분은 언어로 쌓은 디테일에 있으니까요. 워낙 각색물이 많고 일급의 각색자들이 동원되어서 성공작들도 많을 뿐이죠. 괜찮게 만들었고 연기도 좋은 편이지만 좋은 킹 영화가 되려면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죠. 그리고 영화가 선택한 다른 길은 조금 재미있긴 하지만 대단한 알파가 되지는 못합니다. (19/04/17)

★★☆

기타등등
고양이 처치 역으로는 네 마리의 고양이가 동원된 모양이군요. 다들 연기도 하고 심지어 분장도 했어야 했을 텐데. 고양이들과 조련사들 모두가 고생이었겠어요.


감독: Kevin Kölsch, Dennis Widmyer, 배우: Jason Clarke, Amy Seimetz, John Lithgow, Jeté Laurence, Hugo Lavoie, Lucas Lavoie, Obssa Ahmed,

IMDb https://www.imdb.com/title/tt0837563/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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