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집 Malasana 32 (2020)

2020.05.30 00:29

DJUNA 조회 수:1975


때는 1974년. 시골 마을에서 여섯 명의 가족이 마드리드로 이사옵니다. 전재산을 털고 은행에서 돈도 빌려서 제법 큰 아파트를 장만했어요.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집엔 성격이 정말로 안 좋은 할머니 귀신이 살고 있었어요. 귀신 들린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만 이들은 나갈 수가 없습니다. 집이 전재산인 걸요. 나간다고 해도 여전히 은행빚을 갚아야 하는 걸요. 다행히도 이들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도 같은 영매를 만납니다. 그리고 귀신의 사연이 밝혀져요.

알베르토 핀토의 [그집]은 모범적인 귀신 들린 집 영화입니다. 원래 주인인 노부인의 시체가 발견되는 1970년의 프롤로그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 장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귀신 들린 집 영화 메들리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종종 인상적인 재해석도 있고요. 재해석 맞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호러 효과 대부분은 직간접적인 선례가 있어요. 하긴 장르 영화라는 게 다 그렇죠. 무리 없이 잘 했지만 아주 독창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귀신은 당연히 무섭지만 더 무서운 건 이들 가족이 발을 디디고 살아야 하는 현실 세계입니다.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가족이 마을을 떠나야 했던 사연도 있지요. 귀신과 현실 세계의 문제가 양쪽에서 가족을 몰아세우고 있기 때문에 도대체 탈출구가 없습니다.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요. 갑자기 도와줄 영매가 나타나는 부분은 지나치게 장르적으로 인위적이지만 그런 해결책이라도 있어야죠. 그렇다고 모든 게 완벽하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시대배경이 1970년대인 건 저번에 봤던 [더 시크릿 하우스]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같은 이유겠지요.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없는 고풍스러운 현대. 하긴 귀신의 사연을 생각해보면 조금 과거로 가는 게 맞을 겁니다. 요새가 배경이라면 이 영화의 아파트 귀신은 다른 감독의 아트하우스 영화 주인공이 되었을 테니까요. (20/05/30)

★★☆

기타등등
결말을 보니 모 미국 고전 희곡이 떠오르더군요.


감독: Albert Pinto, 배우: Begona Vargas, Ivan Marcos, Bea Segura, Sergio Castellanos, Jose Luis de Madariaga, Ivan Renedo, Concha Velasco, Javier Botet, Maria Ballesteros, Rosa Alvarez, Almudena Salort, 다른 제목: 32 Malasana Street

IMDb https://www.imdb.com/title/tt1095278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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