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문라이트]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배리 젠킨스가 2018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원작은 제임스 볼드윈의 동명 소설이고요. 이 영화로 레지나 킹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그 해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그린 북]이어서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2년 전에 작품상을 받은 감독의 신작이고 이미 고전인 원작소설의 힘이 강한 작품이라서 당시 레이스에서 아주 힘을 받지 못한 건 이해가 되는데, 누가 봐도 [그린 북]보다는 훨씬 좋은 영화였단 말이죠.

시대배경은 1970년대 (소설은 1974년에 나왔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고 내레이터인 티시는 포니라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둘은 소꿉친구부터 알고 지내왔고 결혼할 예정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포니는 강간혐의로 체포되고 임신한 티시와 가족은 포니의 누명을 벗기려고 뛰어다니지만, 세상은 이미 체포된 흑인 남자의 유무죄 여부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아주 작정하고 쓴 직설적인 인종차별 비판입니다. 숨기는 것도 없고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 197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세하게 알게 돼요. 그리고 최근 몇 달 동안 일어난 일을 보면 이게 40여년 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그냥 현재 진행의 이야기인 것이죠. 보다보면 숨이 막혀요. 현실적인 탈출구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여기에 대놓고 악역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 영화에는 '나쁜 백인'이 한 명밖에 안 나옵니다. 포니와 얽히게 된 백인 경관요. 유대인 집주인, 포니의 변호사, 포니의 웨이터 친구, 난처한 상황에 얽힌 티시와 포니를 옹호해준 이탈리아인 가게주인은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개개인의 친절함과는 상관없이 얼굴없는 시스템과 세계는 냉정하게 움직이고,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희생자뿐입니다. 여기서 희생자는 포니뿐만 아닙니다. 역사 죄없이 감옥에 들어간 포니의 친구 대니얼, 강간 피해자인 로저스 부인도 포함됩니다.

어둡고 암담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러닝타임 내내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로맨스이기도 해요. 그리고 종종 거친 현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각본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지만 그래도 젠킨스는 영화적으로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운 부분들은 영화의 주제와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이 아름다움은 부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두 주인공의 존엄성,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든요.

원작에서 가장 벗어난 부분은 결말입니다. 원작은 굉장히 강렬한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어요. 포니의 운명은 결정되지 않았고 주인공들은 가냘픈 희망을 붙잡고 연옥과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호하게 포니에게 닥쳤을 게 분명한 운명을 보여줍니다. 원작의 시적인 강렬함은 없지만 이 결말도 의미가 있어요. (20/06/12)

★★★☆

기타등등
제목의 빌 스트리트는 블루스 음악으로 대표되는 미국 흑인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감독: Barry Jenkins, 배우: KiKi Layne , Stephan James, Regina King, Teyonah Parris, Colman Domingo, Ethan Barrett, Milanni Mines, Ebony Obsidian, Dominique Thorne, Michael Beach, Aunjanue Ellis, Diego Luna, Emily Rios , Ed Skrein, Finn Wittrock

IMDb https://www.imdb.com/title/tt712586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7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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