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 Kimi (2022)

2022.09.03 23:52

DJUNA 조회 수:1068


파랗게 머리를 염색한 조이 크래비츠의 얼굴이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키미] 포스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크래비츠의 캐릭터 이름이 키미라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니에요. 크래비츠의 캐릭터 이름은 앤젤라. 키미는 시리와 같은 AI 스피커의 이름입니다. 앤젤라는 키미가 수집하는 오디오 스트림을 듣고 오류를 수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앤젤라는 재택근무 중인데, 처음에 관객들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키미]는 코로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몇 안 되는 영화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앤젤라에게 조금 더 심각한 사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여러 모로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비교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SF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닌 히치콕 스릴러예요. [헤어질 결심]이 [현기증]이 영향 아래에 있다면, [키미]는 [이창]을 흉내내고 있고 이를 감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맞은 편 아파트 사람들을 관찰하는 앤젤라는 그리는 방식, 버나드 허먼을 대놓고 오마주한 영화음악 같은 걸 보세요.

여기서 차별화되는 지점은 'SF 같지만 사실은 아닌' 파트입니다. 앤젤라는 길 건너에서 살인이 일어나느걸 목격하는 게 아니에요. 오디오 스트림에서 성범죄 현장 당시 녹음으로 추정되는 오디오 파일을 접하게 되지요. 앤젤라는 당장 회사에 이를 알리지만 그 쪽 반응이 영 시원치 않고 그 뒤에는 사악한 음모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히치콕을 인용한 6,70년대 음모론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대단한 야심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10분만 봐도 그런 건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소더버그와 각본가 데이비드 켑은 이 오래된 재료를 21세기의 현재에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와 주제를 뽑아냅니다. 코로나 시대의 어두움, 미투 시대의 성역학 관계, 인터넷 시대의 프라이버시와 도덕률 같은 주제들이 앤젤라의 모험담과 겹쳐 휙휙 지나가는데, 깊이 고찰하는 건 아니지만 89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가 질주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의외의 사이다 폭력으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이게 캐릭터와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사람에게는 그게 필요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만큼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험악한 시대에 그래도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돕고 연대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인데, 그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지요. (22/09/03)

★★★

기타등등
극장개봉을 하는 대신 HBO Max에서 틀었는데,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는 이렇게 보는 게 내용과 어울릴 수도 있겠습니다.


감독: Steven Soderbergh, 배우: Zoë Kravitz, Betsy Brantley, Rita Wilson, India de Beaufort, Emily Kuroda, Byron Bowers, Alex Dobrenko, Jaime Camil,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12867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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