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의 김민영 (2021)

2022.09.08 23:34

DJUNA 조회 수:1413


[성적표의 김민영]. 순서가 바뀐 것 같은 제목을 가진 영화죠.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는 장난스럽고 조금 허망한 것 같은 농담들을 독립영화스러운 무표정으로 읊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은 하고 많은 클럽 중 삼행시 클럽에 속해 있어요. 수능 100일을 앞두고 클럽을 해체하는 진지한 행사가 이 영화의 프롤로그입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삼행시 클럽의 세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정희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테니스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민영은 대구대에 들어갔고 수산나는 바다 건너 하버드대에 들어갔습니다. 적어도 영상 통화 때 보면 시차가 어긋나 있고 매우 K-자취생스러운 기숙사의 벽에는 하버드대의 깃발이 걸려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은 방학 때 민영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 정희를 초대하면서 시작됩니다. 정희는 큰 기대를 품고 가지만 민영은 예상보다 낮게 나온 성적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고 정희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하버드 학생인 수산나는 오래 전에 이들의 삼행시 팀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제 민영 차례인 것 같습니다.

제목은 [성적표의 김민영]이지만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정희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아련하죠. 이 제목에서 김민영은 '나'가 아닌 '너'입니다. 제목에 '너'가 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특별한 느낌이 있어요.

현실성만 따진다면 정희는 가장 바닥을 치는 사람입니다. 재수도 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지도 않고 그 위태로운 나이에 계획 없이 붕 떠 있지요. 그에 비하면 민영은 현실을 느끼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편입을 준비하고 있고 지금 받고 있는 성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요. 현실 감각이 다르고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을 삼행시와 과거의 추억만 갖고 언제까지 묶을 수는 없습니다.

영화는 이 현실을 조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정희는 정희로 남아 정희의 삶을 살고 민영도 마찬가지지요. 영화는 두 사람을 평가하지도 않아요. 단지 정희의 입장에서 친구에 대한 애정과 흩어져 가는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담담하게 표현할 뿐입니다. 그리고 담담함이 무척이나 마음을 울려요. (22/09/08)

★★★☆

기타등등
[웬만해선 이들을 막을 수 없다]의 에피소드 하나가 상당한 비중으로 재현됩니다. 이 시트콤이 방영되었을 때는 주인공 모두 태아였거나 아기였거나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요. 하긴 김병욱의 걸작들은 지금 모두 OTT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지요.


감독: 이재은, 임지선, 배우: 김주아, 윤아정, 손다연, 임종민, 다른 제목: Kim Min-young of the Report Card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62681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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