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즈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나이브즈 아웃]의 명탐정 브누아 블랑 또는 베누아 블랭크가 등장하는 두 번째 영화입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고 두 영화의 감독 라이언 존슨은 시리즈의 3편 각본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영화는 전작처럼 고전 추리소설처럼 시작합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 같은 정치가, SNS 인플루언서, 과학자, 셀럽과 같은 사람들에게 마일즈 브론이라는 억만장자가 보낸 퍼즐박스가 도착한 거죠. 퍼즐이 조금씩 풀리면서 이 사람들이 모두 마일즈 브론의 오랜 친구들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퍼즐을 푼 친구들은 초대장을 들고 그리스로 가는데, 같은 초대장을 받았다는 우리의 명탐정도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블랑이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도 고전적인 괴짜 명탐정처럼 군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심지어 이 사람은 케네스 브래나의 프와로보다 더 정통 명탐정이에요.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고립된 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입니다. 여러분이 크리스티 독자라면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크리스티가 여러 번 써먹은 트릭을 쓰고 있어요. 깔끔하지만 익숙하죠. 단지 영화는 이 익숙한 트릭의 단서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애프터파티]가 그랬던 것처럼요. 진상을 알아채고 범행 장면을 다시 보면 그 모든 단서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건 넷플릭스 방영의 이점이기도 한데요.

범인의 정체나 트릭이 비교적 손쉽고 우리의 명탐정은 이를 해결하는 데에 전혀 시간을 낭비하지 않지만 러닝타임은 비지 않습니다. [나이브즈 아웃]이 그랬던 것처럼 서술트릭이 있기 때문이죠. 영화의 앞부분은 관객들에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걸 풀어가는 재미가 상당해요. [나이브즈 아웃]을 본 관객들에겐 조금 반복 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래 시리즈의 재미는 반복이죠. 단지 클라이맥스는 계산만큼 잘 먹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전의 카타르시스가 더 컸어요.

영화는 전편보다 뻔뻔스럽고 노골적입니다. 일단 마일즈 브론은 대놓고 일론 머스크의 캐리커처처럼 보이고 (감독 자신은 부인했다고 합니다만)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이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가 얼마나 공허하고 시시한지 폭로하고 놀려먹는 데에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섬에 갇힌 용의자들 대부분도 모델이 있겠지요. 적어도 모델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종종 풍자를 넘어선 욕설처럼 보입니다. 이런 태도가 영화의 드라마적인 매력을 조금 날리기는 하는데, 욕설에는 욕설 자체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22/12/31)

★★★

기타등등
1. 쟁쟁한 카메오들이 나옵니다. 그 중 두 명은 고인이 되었고요.

2. 라이언 존슨은 제목에 [나이브즈 아웃]을 붙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3. 클라이맥스는 보기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 시작) [모나리자]는 나무 위에 그려졌고 나무 위에 그려진 그림은 그런 식으로 타지 않습니다. 종이나 캔버스도 그런 식으로 타지 않는다는데, 어느 쪽이건 정답은 브론을 믿지 못한 루브르의 전문가들이 다른 재료로 가짜를 만들어 보냈다는 말이 아닐까요? 명탐정님이 이를 밝혔다면 최후의 한 방이 되었을 거 같습니다. (스포일러 끝.)


감독: Rian Johnson, 배우: Daniel Craig, Edward Norton, Janelle Monáe, Kathryn Hahn, Leslie Odom Jr., Jessica Henwick, Madelyn Cline, Kate Hudson, Dave Bautista, 다른 제목: Glass On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56457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6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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