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지대 Unknown World (1951)

2020.09.21 10:47

DJUNA 조회 수:1821


[무인지대]는 1951년에 나온 싸구려 SF 영화입니다. 사람들이 핵폭탄에 의한 지구멸망을 걱정하던 시기의 산물이에요. 하지만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소재는 조금 더 오래된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제레마이아 몰리라는 과학자입니다. 이 사람은 인류가 곧 핵전쟁으로 멸망할 거라고 믿어요. 이 사람의 대안은 인류가 땅 속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땅을 타고 내려가면 핵전쟁 이후에도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영화 속 세계는 쥘 베른의 [지저 탐험]의 배경이 되었던 세계와 비슷한 곳입니다. 단지 몰리가 이끄는 과학자들은 살짝 발전된 방식, 그러니까 [펠루시다] 시리즈에서 버로스가 썼던 것과 비슷한 기계를 타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어차피 그렇게 말이 되는 설정은 아니니까, 이런 영화의 관객들은 과학적 정밀성보다 그럴싸한 구경거리를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무인지대]는 극저예산 영화라 그런 걸 제공해줄 여유가 없습니다. 공룡도, 거인도, 파충류 인간도 없습니다. 중간중간에 흔한 동굴들이 나올 뿐이에요. 영화에서 그나마 구경거리는 이들의 탄 탈것인 사이클로트램입니다. 땅을 뚫고 지하로 들어갈 수도 있고 잠수함도 될 수 있는 무적의 기계에요. 하지만 이를 묘사하는 특수효과가 그렇게 좋을 리가 없지요.

영화 후반에 이들은 거대한 지하바다와 사막, 그리고 정체불명의 조명이 있는 공간에 도착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동물들이 불임이 됩니다. 실망한 탐험가들은 화산폭발을 피해 달아나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은 쥘 베른 소설과 비슷합니다.

요새 관객들은 [코어]와의 유사성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인지대]의 독창성은 흐릿하기 짝이 없고 이 영화가 한 모든 것은 이미 베른과 버로스가 했으니 영향을 안 받았을 수도 있겠지요. (20/09/21)

★★

기타등등
1. 조운 린지라는 의사가 유일한 여성 멤버인데, 당시 영화치고는 묘사가 나쁘지 않습니다. 자기 일을 하는 과학자이고 연애 묘사도 거의 없어요. 모험이 시작된 뒤부터는 내레이터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도입부에 '열성적인 페미니스트'라고 소개되던데요?

2. 몰리 박사를 연기한 빅터 킬리언의 이름은 크레딧에 뜨지 않는데, 그건 이 사람이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지요. 당시 찍은 작품 다섯 편에서 이런 취급을 당했어요.


감독: Terry O. Morse, 배우: Bruce Kellogg, Otto Waldis, Jim Bannon, Tom Handley, Dick Cogan, George Baxter, Marilyn Nash 다른 제목: Night Without Stars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416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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