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솔의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는 1976년 영화지만 시대배경은 1961년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가톨릭 교회 묘사를 원했던 거 같아요. 교회는 낡은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지만 백악관에는 최초의 가톨릭 교도 대통령이 있던 그 특별한 시기의 분위기가 필요했나보죠.

영화는 카렌과 앨리스라는 두 자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언니인 앨리스는 카렌을 질투하고 늘 괴롭히는데, 카렌은 첫 영성체를 앞두고 성당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카렌은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첫 번째 피해자일 뿐입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당연히 앨리스입니다. 자매사이가 좋지 않은 걸 직접 보았고 앨리스가 범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간접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 중 가장 노골적인 것은 살인범이 쓰고 다니는 마스크와 레인코트입니다. 무엇보다 앨리스는 정말 살인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아이예요. 하지만 정말로 앨리스가 범인일까요? 그게 가능할까요?

‘할리우드 지알로 영화’.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를 설명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설명입니다.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지알로스러운 이야기인데, 만들어지기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당시 이탈리아 영화들은 종종 영어권 영화인 척 위장했으니 예민하지 않은 관객들은 구분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어요. 이보다 몇 년 전에 나온 아주 유명한 영국 호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데, 우연인지, 진짜로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지알로 영화가 그런 것처럼,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의 완성도는 왔다갔다합니다. 다리오 아르젠토나 마리오 바바처럼 현란하지는 않지만 호러 장면들은 효과적이고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집니다. 결말을 포함한 몇몇 장면은 훌륭해요. 하지만 추리파트는 기껏해야 무난한 수준입니다. 작정하고 터부를 건드리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더 심심했겠죠. 물론 치밀한 논리 따위는 없지만 이게 단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영화의 과장과 비논리가 이 영화에 적당히 악몽과 같은 분위기를 불어넣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정주의의 핏자국이 강하고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이프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영화는 가톨릭이라는 종교와 성직자, 신도들의 관계에 대해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풀고 싶지만 그러려면 스포일러를 건드려야 하지요. (18/08/04)

★★★

기타등등
카렌을 연기한 배우는 아역 시절 브룩 실즈입니다.


감독: Alfred Sole, 배우: Linda Miller, Mildred Clinton, Paula E. Sheppard, Niles McMaster, Jane Lowry, Rudolph Willrich, Michael Hardstark, Alphonso DeNoble, Gary Allen, Brooke Shields, 다른 제목: Commun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615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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