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전투: 최후의 고지전]이라는 제목만 보면 한 10년 전쯤에 나온 한국 영화 같잖아요. 하지만 1957년에 나온 미국 영화입니다. 원제는 심플하게 [Men in War]. 우리나라 '추억의 명화' 팬들에게는 [로마 제국의 최후]나 [엘 시드]와 같은 대작으로 기억되는 안소니 만이 감독했습니다. 각본가는 필립 요단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블랙리스트 작가 벤 매도우의 프론트였어요.

원작이 있어요. 반 반 프라그 Van Van Praag라는 작가가 쓴 1949년작인 [Day Without End]입니다. 아니, 잠깐. [낙동강전투: 최후의 고지전]이라는 영화의 원작이 어떻게 1949년에 나올 수 있지요? 답은 이 소설의 무대는 한국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배경이에요. 그 소설에서 내용만 쏙 빼와서 한국전에 이식한 것이죠.

1950년 9월 6일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입니다. 24 보병 사단에 소속된 소대가 그만 낙오된 채 낙동강 근처에 고립됩니다. 사방엔 북한군 저격수가 숨어 있고요. 이들은 미군 지프 한 대와 마주치는데, 몬타나라는 하사가 운전하는 이 차 안에는 넋이 나간 대령 혼자 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되어 귀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웅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후반에 고지 탈환이라는 미션이 클라이맥스를 이루긴 하지만 이들은 람보 같은 액션 영웅은 아닙니다. 이들의 유일한 목표는 살아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로맨티시즘 없이 냉정하게 전쟁의 고통을 그리려는 영화예요.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 상당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어떤 종류의 조미료도 들어있지 않고 페이스도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요새 관객들에겐 좀 갑갑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한국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캘리포니아 어딘가에서 찍었고 낙동강 근처는 커녕 한국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한국스러운 인공물도 전혀 없고요. 이 영화에서 한국은 구체적인 의미가 없는 곳입니다. 미군 주인공들을 굴리기 위한 이름 없는 아시아 변방국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제한된 조건 안에서 그래도 열심히 노력은 한 사무엘 퓰러의 [철모] 같은 영화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북한군을 다루는 태도는 대놓고 인종차별적이에요. 특히 알도 레이가 연기하는 몬타나의 인종차별적 태도는 짜증이 날 정도지요. 영화 전체에 '국'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세어보세요. 한국어 자막에서는 '북한군'이라고 번역해주고 있지만. 물론 이유가 없지는 않아요. 몇 달 전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라에 와서 그 개고생을 했으니 화가 날만도 하지요. 영화는 아주 가끔, 이들이 상대하는 적군이 자기만의 삶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주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큰 그림은 여전히 인종차별적이에요. 원작이 원래대로 노르망디 배경이었고 적군이 독일군이었어도 같은 그림이 나왔을까요? 글쎄요. (20/05/19)

★★★

기타등등
소대장 역의 로버트 라이언이 한국어 대사를 몇 마디 하는데, 알아듣겠어요. 하지만 북한군역 엑스트라가 떠드는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


감독: Anthony Mann, 배우: Robert Ryan, Aldo Ray, Robert Keith, Phillip Pine, Nehemiah Persoff, Vic Morrow, James Edwards, L.Q. Jones, Scott Marlowe, Adam Kennedy, Race Gentry, Walter Kelley, Anthony Ray, Robert Normand, Michael Miller, Victor Sen Yung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5069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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