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아 Memoria (2020)

2021.10.14 01:29

DJUNA 조회 수:1553


[메모리아]는 (잠시 구글에서 이름 검색)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신작으로 영화 전체를 해외에서 찍은 첫 영화입니다. 주연배우는 틸다 스윈턴이고요. 배경은 콜롬비아이기 때문에 스페인어 비중이 커요. 스윈턴의 캐릭터도 스페인어를 꽤 많이 씁니다. 스윈턴이 영화에서 쓴 언어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스윈턴의 캐릭터 제시카는 신기할 정도로 붙임성이 좋은 영국인 여행자입니다. 언젠가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귀에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죠. 이런 일이 계속 반복이 되자 제시카는 해답을 찾아 나섭니다. [메모리아]는 그 여정의 기록입니다. 궁금하죠? 하지만 [메모리아]는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만든 태국 감독의 아트하우스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미스터리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탐색의 과정이 치밀하고 논리적일 거라는 기대도 없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메모리아]는 의외의 길을 걷습니다. 여전히 (컷 앤 페이스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에게서 기대할 법한 아트하우스 영화인 건 맞아요. 엄청나게 길고 집요한 롱테이크로 구성된 뜬금 없고 몽롱한 영화지요. 하지만 이를 채우고 있는 탐색의 과정은 의외로 단단합니다. 예를 들어 제시카는 이 소리가 자기 머릿속에서만 들린다는 걸 알게 되자 음향 전문가를 찾아가 정교한 과정을 거쳐서 그 소리를 진짜로 만들어냅니다. 그 뒤의 전개는 추리소설처럼 논리적이기는 않은데, 그렇다고 제시카가 영화의 몽롱한 분위기에 몸을 맡기는 건 아닙니다. 계속 꾸준히 전진하고 심지어 진상에 도달합니다. 이건 예상 못했죠?

그러니까 [메모리아]의 장르는 SF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재미있는' 영화예요. 아트하우스 영화의 외피를 걷어내면 20세기 SF에 자주 쓰인 장르 어휘와 어법이 그대로 들어 있지요. 여전히 이야기는 뜬금없지만 과연 [목요일이었던 사나이]와 같은 체스터턴의 장편추리소설보다 더 뜬금없나? 막판에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 캐릭터는 결코 뜬금없다고 할 수 없는 보르헤스의 모 단편소설 주인공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 사람의 설명은 놀라울 정도로 정상적이며 그 정도면 논리도 맞고 이해도 됩니다. 여기서 멈추어서 그 설명을 통해 영화를 해석해도 돼요. 물론 여분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애매모호함은 충분히 있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졸린 영화일 수 있습니다. 뜬금없고 정적이고 느리니까요. 하지만 다들 나른해서 졸고 있으면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나서 깨어났다가 다시 조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모든 영화가 그렇죠. 그리고 영화의 집요한 아트하우스스러움은 종종 오히려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위 문단에서 언급한 모 캐릭터와 관련된 아주 긴 롱테이크가 있는데, 정말 벽에 칠한 페인트가 말라가는 것을 구경하는 수준이예요. 하지만 그런 장면이 주는 특별한 긴장감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전 그 배우가 정말로 그 장면은 특수효과 없이 연기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실제로 했다면 그 역시 엄청난 테크닉이었을 거예요. (21/10/14)

★★★☆

기타등등
주인공 이름 제시카 홀랜드는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의 좀비 아내 이름에서 따왔다고요.


감독: Apichatpong Weerasethakul, 배우: Tilda Swinton, Elkin Díaz, Jeanne Balibar, Juan Pablo Urrego, Daniel Giménez Cacho, Agnes Brekke, Jerónimo Barón, Constanza Gutierrez

IMDb https://www.imdb.com/title/tt839928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6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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