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0 (2021)

2021.10.29 23:37

DJUNA 조회 수:1259


홍은미 감독의 [F20]은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 시네마’의 네 편 중 하나입니다. 그 중 대표작으로 뽑혀서 극장상영까지 가능해진 것인데, 보고 나면 ‘더 좋은 선택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의 F20은 조현병의 질병분류코드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애란은 조현병 환자 아들을 둔 엄마예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은 아들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하지만 아들과 같은 병원에 있던 환자와 그 환자의 엄마 경화가 같은 아파트로 이사옵니다. 애란이 그렇게 공들여 숨긴 비밀이 폭로될 위기에 처한 거죠.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는 메시지물처럼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그만큼이나 캐릭터의 말과 행동이 평면적이에요. 특히 애란의 아파트 이웃들은 오로지 보통 사람들의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처럼 쓰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닌데, 극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모두 이러고 다닌다면 모양이 안 좋죠. 이런 모양으로 시작한다면 메시지물의 목적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이들을 교화하는 것이죠. 다른 방법으로는 이들의 어리석음을 극대화시켜 주인공들을 파멸로 몰고 가고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교훈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길을 안 갑니다. 대신 애란이 주인공인 사이코 스릴러로 흘러요. 아들의 병이 발각될까봐 걱정하던 애란은 점점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하고 어느 단계에 이르면 도저히 돌이킬 방법이 없습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역시 교훈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편견이 없었다면 애란도 아들의 병을 감추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비극으로 치닫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건 전혀 먹히지 않는 변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엔 그 뒤의 사건전개가 너무 장르적이고 어처구니 없거든요.

영화는 메시지물보다는 정신병을 소재로 한, 몇 겹의 반전을 깐 구식 추리소설처럼 보입니다. 재미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재미있는 진상 폭로의 아이디어도 있고요. 하지만 이건 메시지물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메시지물을 위해 만든 평면적이고 인위적인 주변인물들은 서스펜스와 드라마의 맛을 떨어뜨리고 서스펜스물의 전개는 메시지를 엉망으로 만듭니다. 특히 후자는 끔찍해요. 이 영화를 보고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깨는 관객이 몇이나 될까요? 반대로 이들은 애란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고 이게 가족력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마지막의 결말 역시 바깥에 미친 사람들이 더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의 조현병 환자들은 모두 오싹한 타자거든요. 관객들이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 시네마의 힘을 부여하는 건 애란 역의 장영남과 경화 역의 김정영이 보여주는 연기입니다. 영화의 가치 70퍼센트 이상은 두 주연배우의 연기에서 나오고 그 때문에 종종 실제 이상으로 좋은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연기가 더 줗은 각본에 쓰였다면 좋았을 텐데. (21/10/29)

★★

기타등등
잔인하게 살해당한 고양이의 시체들을 그렇게 집요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어느 단계에선 그냥 악취미로 보이더라고요.


감독: 홍은미, 배우: 장영남, 김정영, 김강민, 이지하, 김미화, 유서진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68556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8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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