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1992년부터 시작되었던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마무리짓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스핀오프나 속편이 나올 가능성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끌어왔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미 공룡들은 전세계에 나타나 사람들과 공존하기 시작합니다. 이 설정은 여전히 믿음이 안 가죠. 쥬라기 공원이나 쥬라기 월드의 공룡은 대부분 암컷이고 이들이 성전환하거나 클론을 낳는다고 해도 종족 보존은 쉽지 않을 테니까요. 태생상 이들은 모두 멸종 위기 종족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대충 무시해요. 이들의 후손들이 지나치게 빨리 성장했다는 사실도요.

영화는 둘로 나뉘어져 전개됩니다. 2편에 나왔던 클론 여자아이 메이시와 블루의 딸이 납치 당하고 클레어와 오웬은 납치범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는 동안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인 앨리 새틀러와 앨런 그랜트는 갑자기 나타나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든 괴물 메뚜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두 사건의 중심에는 모두 루이스 도즈슨이라는 기업가가 있었죠.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영화들이 뿌린 떡밥을 수거해야 한다는 의무감 역시 만만치 않고요. 그 때문에 영화는 주인공들이 모두 모이는 중후반까지 좀 산만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이, 그 개별 조각들이 대부분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이 많아지니까 크리스 프랫이 덜 등장하게 돼요. 장점이죠.

영화는 [쥬라기 공원]의 전통을 잇고 있기도 하지만 007이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유전자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도시를 배경으로 온갖 액션과 카체이스가 이어지는데, 악당들의 자동차 대신 공룡들이 쫓아 오는 거죠.

결코 완벽하지는 않지만 할 것은 다 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 드러나는 메시지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유전공학의 위험성에 대해 걱정하지만 무조건 악마화하지도 않고 '멸종에서 부활시킨 동물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열린 태도를 취하죠. 공룡 액션 영화로서도 공룡과 인간을 함께 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을 활용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오리지널 [쥬라기 공원] 삼총사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공룡 표현이 발전한 것이 보여서 감개무량합니다. 그 동안 공룡을 묘사하는 CG와 애니매트로닉스 기술도 발전했지만 공룡에 대한 고생물학 지식도 엄청나게 늘어났지요. 어쩔 수 없이 8,90년대 고생물학에서 출발한 이 영화에는 그 30년의 공룡 묘사가 총집합되어 있습니다. 깃털없는 벨로키랍토르에서부터 풍성한 깃털을 자랑하는 테리지노사우루스가 당연한 듯 공존하는 거죠. 아마 벌거벗은 벨로키랍토르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함께 은퇴의 길을 걷지 않을까요. (22/06/04)

★★★

기타등등
이 영화에도 공룡의 무기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우리는 호랑이나 코뿔소를 무기화하려 하지 않잖아요.


감독: Colin Trevorrow, 배우: Chris Pratt, Bryce Dallas Howard, Laura Dern, Jeff Goldblum, Sam Neill, DeWanda Wise, Mamoudou Athie, BD Wong, Omar Sy, Isabella Sermon, Campbell Scott

IMDb https://www.imdb.com/title/tt804127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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