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돈 시겔의 [알카트라즈 탈출] 리뷰를 쓴 적이 있던가요? 21세기 들어서 최소한 두 번 이상은 본 영화인데, 검색에 걸리지 않는군요. 안 썼거나 썼더라도 검색에 걸리지 않는 매체에 썼거나 검색을 잘 못 했나보죠. 하여간 오늘 넷플릭스에서 다시 봤고 간단히 몇 줄 씁니다.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1962년에 프랭크 웨스트와 존과 클래런스 앵글린 형제라는 범죄자들이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주장도 있고 중간에 익사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익사했다는 답이 가장 그럴싸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성공을 믿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알카트라즈 감옥은 다음 해인 1963년에 문을 닫았어요. 돈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고 건물이 많이 낡아서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합니다. 세 명은 그 사이의 헛점을 이용해 탈옥에 성공했던 거고요.

돈 시겔의 영화는 1963년에 나온 J. 캠벨 브루스라는 작가의 논픽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리처드 터글이라는 작가가 이 각본을 썼어요, 여러 군데에서 계속 거절당하자, 터글은 전에 파티에서 만난 시겔이 관심을 보였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시겔의 에이전트에게 원고를 보냈다고 합니다. 시겔은 그 각본을 맘에 들어했고요. 제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프랭크 웨스트가 알카트라즈에서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오로지 웨스트의 현재의 행동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웨스트의 과거가 어땠고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그건 대부분의 다른 죄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적 상세한 사연이 들어가는 잉글리시나 버츠 같은 캐릭터들은 왠지 부당한 이유로 갇힌 느낌이죠. 허구의 인물인 교도소장은 그냥 치졸한 악당이고요. 그러니까 영화는 자유를 잃고 갇힌 자와 이들을 억압하는 자의 구도로 이야기를 최대한 압축하고 있습니다. 전 솔직히 이게 좀 사기 같습니다만, 극 중에서는 아주 잘 먹힙니다.

그 결과 나온 건 거의 원형적인 탈옥 영화입니다. [알카트라즈 탈출]이 최초의 탈옥 영화라는 건 당연히 아니고, 비슷한 소재를 다룬 더 좋은 영화도 분명 있지만, 군더더기를 없애고 무표정한 톤으로 사건에 집중하자 거의 장르의 설계도처럼 보이는 날씬하고 근육질인 영화가 나온 것이죠. 그리고 이건 시겔 스타일 그리고 무엇보다 클린트 이스트루드라는 스타의 캐릭터에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중간에 여러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서 다섯 편의 영화로 이어진 시겔과 이스트우드의 합작은 이 영화로 끝났지만, 그래도 멋진 작별인사였어요. (22/09/09)

★★★☆

기타등등
대니 글로버의 데뷔작입니다. 책 배달하는 웨스트에게 왜 잉글리시 대신 네가 배달하냐고 투덜거리는 죄수입니다.


감독: Don Siegel, 배우: Clint Eastwood, Patrick McGoohan, Fred Ward, Jack Thibeau, Larry Hankin, Frank Ronzio, Roberts Blossom, Paul Benjamin, Bruce M. Fischer, Danny Glov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911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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