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Skyggen i mit øje (2021)

2022.09.20 22:29

DJUNA 조회 수:1220


카르타고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3월 21일에 있었던 영국 공군의 폭격작전이었습니다. 목표는 코펜하겐에 있던 셀후스라는 나치 게쉬타포 본부였습니다. 몇 달 전부터 덴마크 레지스탕스로부터 폭격 요청을 받아왔던 곳이죠. 목표만 따진다면 성공이었습니다. 셀후스는 파괴되었고 갇혀 있던 레지스탕스 요원들 몇 명은 탈출했으며 레지스탕스와 관련된 자료들은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민간인 사상자가 엄청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운나쁜 우연이 연달아 겹치자 폭격기 몇 대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가톨릭 여자학교를 목표로 착각했던 것이죠. 그 공습으로 126명의 민간인이 죽었고 그 중 86명이 아이들이었습니다.

올레 보르네달의 [폭격]이 이 사건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본 사건 전개는 실제 사건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신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해 괴로워 하는 견습수녀 테레사,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HIPO 소속 나치 앞잡이 프레데리크 같은 사람들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허구의 인물일 거 같단 말이죠.

영화는 사전정보 없이 보면 (그럴 수는 없습니다. 도입부부터 어떤 이야기인지 밝히고 시작하니까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테레사, 프레데리크, 앞으로 폭격당할 학교의 학생들, 영국 왕립 공군의 조종사들. 이들이 러닝타임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학교 오폭이라는 지점으로 수렴하는 것이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20세기 가톨릭 문학스럽습니다. 반항적이고 회의적인 가톨릭 신자를 중심으로 한 멜로드라마예요. 그 주변에서는 신의 섭리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냥 잔인한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요. 신과 우리가 느끼는 시간이 다르고,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을 때 신은 그냥 떨어진 연필을 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테레사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종교적 테마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과연 영화와 어울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20세기 가톨릭 문학에 빠져 지냈던 사람이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신은 왜 인간의 고통을 방치하는가?" 같은 질문을 듣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들이 20세기 문학에서 나온 것 같다면 조금 관습적인 고민을 가진 관습적인 인물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오폭이 일어난 뒤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채 중단된 느낌이 들고요.

그렇다고 해서 [폭격]이 강렬하지 않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일단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영화가 끝나기 전에 죽을 운명인데 무덤덤하게 볼 수는 없잖아요. 70여년 전에 벌어진 비극이지만 지금도 전세계에서 수많은 전쟁들이 생중계되는 지금, 이를 그냥 과거의 이야기라고 넘길 수도 없습니다. 전쟁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그 영화를 '반전영화'라고 부르는 건 너무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여기서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지요. (22/09/20)

★★★

기타등등
테레사를 연기한 파니 보르네달은 감독의 딸이에요.


감독: Ole Bornedal, 배우: Fanny Bornedal, Alex Høgh Andersen, Danica Curcic, Bertram Bisgaard, Ester Birch, Ella Nilsson, Malena Lucia Lodahl, Alban Lendorf, Inge Sofie Skovbo, James Tarpey, Malene Beltoft Olsen, Mads Riisom, Joen Højerslev, Jens Sætter-Lassen, Kristian Ibler, Mathias Flint, 다른 제목: The Bombardment, The Shadow in My Eye

IMDb https://www.imdb.com/title/tt917051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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