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우간다]는 은근히 백인 남자 서사입니다. 인생의 바닥을 친 백인 남자가 가난한 제3세계에서 소명을 찾고, 뭐, 그런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이 영화의 '백인 남자'는 앨런 호프머니스라는 뉴요커입니다. 40이 넘을 때까지 여러 영화 관련 일을 해왔지만 돈은 못 벌었고 결혼반지를 산 바로 그 날 여자친구에게 차였습니다. 과절하던 앨런은 유튜브에서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나]라는 극저예산 우간다 영화의 예고편을 봅니다. 한눈에 반한 앨런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우간다의 수도 캄필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캄필라의 빈민가 와칼리, 일명 와칼리우드에서 아내와 함께 제작비 200달러 짜리 액션 영화를 만들고 있던 벽돌공 출신 독학자인 아이작 나브와나를 만나요.

앨런은 아이작의 영화에 백인 악역이나 희생자로 출연하면서 아이작의 영화를 전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그 때문에 서양의 저명한 잡지나 방송이 아이작의 영화사를 찾고 우간다의 와칼리우드는 유명해집니다. 하지만 그게 돈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게다가 아이작이 간신히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나]의 텔레비전 시리즈 리메이크를 지원해 줄 투자자를 얻자 두 사람의 사이는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앨런의 에고에 상처가 난 거죠. 다행히도 앨런은 그렇다고 아이작의 영화를 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더 열정적으로 영화를 소개하고 아이작의 영화는 수많은 영화제를 거쳐 결국 토론토 영화제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습니다. 이제 아이작도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에서 영화를 계속 만들고 배급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해피엔딩이지요.

'에고에 상처를 입어'라고 간단히 설명했지만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이작의 입장에서 조금 더 긴 설명도 가능합니다. 아이작은 극저예산으로 우스꽝스러운 영화를 만들지만 진지한 영화감독입니다. 그건 주변의 버려진 쓰레기를 이용해 소품을 만드는 스태프나 배우들도 마찬가지지요. 이들은 정말 바닥이나 마찬가지인 환경 속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사람들입니다. 그 우스꽝스러움도 대부분 의도적인 거고요. 서구 관객들은 이들이 만든 결과를 재미있어 하지만 이 시선이 좋기만 한 걸까요? 앨런은 세상에 이 영화들을 소개하지만 자국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자국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아이작의 목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외국의 영화팬들은 지금 자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빈곤의 결과물을 보고 즐거워하지만 아이작이 언제까지 이런 영화들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와 상관없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우간다]가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떠오르는 질문들도 오히려 아이작과 앨런의 이야기에 오히려 더 재미있는 레이어를 넣어주는 거 같아요. 그와 상관없이 다른 세계에서 온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요. (22/09/24)

★★★

기타등등
와칼리우드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가보세요.
https://www.youtube.com/c/OfficialWakaliwood


감독: Cathryne Czubek, 출연: Alan Hofmanis, Nabwana I.G.G., Harriet Nabwana

IMDb https://www.imdb.com/title/tt892349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2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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