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2016)

2017.12.17 22:06

DJUNA 조회 수:3991


민정과 수영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100 퍼센트 쓰는 사람들입니다. 민정은 고3 수험생이고, 수영은 취업준비 중인 대학생입니다. 학교 다닐 때를 제외하면 둘은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는 시간에 시험 준비를 합니다. 특히 민정은 거의 걷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늘 전력질주로 뛰어다니지요.

수영은 민정의 과외 교사가 되었습니다. 전부터 바빴던 두 사람은 과외시간만큼 더 바빠졌습니다. 민정은 토요일에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외시간을 한 번만 금요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하지만 민정만큼 바쁜 수영에게 시간을 옮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르바이트 시간과 스터디 모임 기타등등의 스케줄을 모두 새로 짜야 하고 대타를 구해야 하지요. 수영의 시간은 수영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들에겐 지지대가 되어 줄 어른들이 없습니다. 수영의 가족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민정의 집에는 아버지만 있는 것 같은데 주정뱅이이고 무능력자입니다. 믿을만한 건 자기자신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갈등은 과외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민정이 수영에게 서툴게 '갑질'을 시도할 때 발생합니다. 민정은 자신이 돈을 내는 쪽이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영은 두 사람 사이에 그 보다 인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정에 대한 수영의 감정은 동지애와 연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십중팔구 수영은 몇 년 전에 민정과 같은 학생이었을 거예요. 민정에게서 어른들의 지원없이 필사적으로 시간을 쪼개쓰며 입시 준비를 하던 자신을 보았겠지요. 더듬더듬 상대방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수영입니다. 수영은 민정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봅니다.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결국 이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세상은 바뀌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어린 사람들을 이해하고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아름답고 안심되는 일입니다. 그 자체로 큰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요. (17/12/17)

★★★☆

기타등등
플레인에서 나온 서울독립영화제 2016 베스트 컬렉션 블루레이의 첫 번째 수록작입니다.


감독: 이지원, 배우: 한우연, 정다은, 정재광, 김효경, 최용현, 김창환, 다른 제목: Summer Night

IMDb http://www.imdb.com/title/tt56308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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