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May (2002)

2020.05.01 11:00

DJUNA 조회 수:2185


럭키 맥키의 [메이]를 다시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언젠가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DVD도 샀는데, 다시 볼 때까지 15년 이상이 걸렸어요. 이유는 단순한데, 제가 좀 힘들어하는 부류의 영화입니다. 잔인무도한 호러 영화의 신체손상은 잘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메이]에서 다루는 현실밀착형 신체손상은 사정이 좀 다르죠. 으으으... 이 영화에서도 메이가 폭주하는 후반부에서는 오히려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메이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외톨이였고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 수지밖에 없어요. 메이는 아담이라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폴리와도 관계를 맺는데, 둘 다 심하게 틀어져버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에 서툴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메이 자신에게 있죠. 메이가 원하는 '친구'는 정상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게 피투성이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영화 속 '친구'는 메이가 갇혀 있는 고독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호러 영화로서 영화는 감추는 게 없습니다. [메이]는 [프랑켄슈타인] 영화예요. 언젠가 주인공이 난도질 폭주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영화가 무서운 부분은 그 폭주를 암시하는 전반부예요. 메스에 손가락이 찔리고, 잘린 개의 다리가 등장하고, 수지가 갇힌 유리 상자가 깨지는 소리, 특히 장애인 학교 장면에서는 치가 떨리고요. 개인적으로는 서툰 신체손상 영화를 찍고 우쭐거리는 영화학도가 메이의 희생자 중 한 명이라는 게 즐겁기도 합니다.

럭키 맥키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안젤라 베티스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메이는 21세기에 나온 가장 훌륭한 호러 여자 주인공 중 한 명이고 그건 대부분 베티스의 업적이죠. 결국 사람들을 난도질할 게 뻔한 고독한 괴짜의 내면에 관객의 감정을 가둘 수 있다면 그건 배우가 정말 좋았다는 뜻입니다. (20/05/01)

★★★☆

기타등등
나중에 안젤라 베티스 감독, 럭키 맥키 주연의 [로만]이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메이]의 성전환 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감독: Lucky McKee, 배우: Angela Bettis, Jeremy Sisto, Anna Faris, James Duval, Nichole Hiltz, Kevin Gage, Merle Kennedy, Chandler Riley Hecht

IMDb https://www.imdb.com/title/tt0303361/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69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