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2020)

2020.06.02 21:52

DJUNA 조회 수:3045


[침입자]는 팬데믹 때문에 계속 연기되다 드디어 개봉되는 한국 영화 중 첫 타자입니다. 그 전에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사냥의 시간]이 있긴 했지만 그건 좀 다른 경우니까요. 지금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날짜를 잡았는데, 과연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어요. 하긴 이건 좀 도박과 같은 구석이 있으니까요.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첫 장편영화 감독작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서진이라는 건축가예요. 이 사람은 몇 개월 전에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습니다. 지금은 딸과 함께 부모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집은 좀 설정이 괴상합니다. 평범한 전원주택 같은데, 사실은 어렸을 때 실종된 동생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일부러 복고풍으로 지은 집이에요.

영화가 시작되면 실종된 동생이라는 유진이 나타납니다. 처음에 서진은 믿지 않아요.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동생이 맞다네요. 유진은 자연스럽게 부모 집에 들어오고 가족의 일부가 됩니다. 하지만 서진은 유진을 믿지 않고 주변에서는 계속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가족은 유진의 편을 들면서 서진을 몰아세워요.

가족 호러예요. 사람들이 안전하고 당연하다 믿는 가족의 존재의 의문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지요.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혈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존재를 들여보내는 것처럼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영화는 서진과 유진의 관계를 통해 계속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 당연함에 대한 믿음을 계속 깨트려요.

그러다보면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이 상황을 말이 되게 설명하는 방법은 그냥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어느 지점에 이르면 영화는 정말 극단적인 멜로드라마가 됩니다. 19세기 프랑스 통속소설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와 재료들이 마구 등장해요. 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둘로 나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극단적이고 인위적이라서 도입부의 설정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지난 몇 개월을 겪고, 한국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어떠냐고요. 전 뭐든지 가능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장치와 이야기 상당수가 지나치게 편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문에 이것이 어떻게 결말을 봉합해도 이게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캐스팅은 좋습니다. 단지 연기가 최상인지는 모르겠어요. 연기력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이 영화는 대가족의 이미지를 좀 텔레비전 주말 드라마처럼 쓰는 구석이 있어요. 당연히 일부러 그러는 거죠. 단지 옛날 집을 일부러 재현해서 지었다는 집처럼 이 인위성은 좀 신경을 긁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 미묘한 선을 유지하는 게 힘들지요. (20/06/02)

★★☆

기타등등
유진이 자기 사람들을 집 안으로 들여보내는 설정 같은 건 [기생충]과 유사한데, 물론 [기생충]이 나오기 훨씬 전에 썼겠지요. 두 이야기의 원천이 되는 공통된 이야기 소스가 있을 겁니다. 전 모 영국 단편소설이 떠오르더군요. 그게 유일한 소스는 아닐 것이고.


감독: 손원평, 배우: 송지효, 김무열, 예수정, 최상훈, 박민하, 허준석, 소희정, 임선우, 다른 제목: Intru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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