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2 02:18
ㅆㅍ
한국에서 케이팝 아이돌이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이돌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뻔하고
그렇게 재미도 없으니까요. 아이돌 팬들은 현실보다는 판타지를 원하고 이미 자기만의 방식으로 팬질 대상을 갖고 노는 중이지요.
이들에겐 아이돌 소재의 작품보다는 아이돌 주연의 작품이 더 좋은 선물입니다.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별로 없고요. 예외가 있다면 윤성호의 시트콤 정도랄까요.
이 정도면 방송국 사람들도 경험을 통해 알 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아이돌 소재의 드라마가 두 편이나 나왔어요. [이미테이션]과
[아이돌 더 쿠데타]. 둘 다 시청률이 낮았고 관심도 그리 끌지 못했습니다. 전 그 중에서 [아이돌 더 쿠데타]는 보았어요.
좋은 작품이 될 수는 없는 드라마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래도 약간의 기대가 있었고 그 '약간의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된 것 같습니다.
스토리의 아이디어는 소위 '역주행 아이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습니다. 팬들의 반응에 힘입어 옛 노래로 역주행해 1위를 한
여성 아이돌팀이 둘 있지요. E.X.I.D.와 브레이브 걸스요. 여기서 주인공이자 팀의 리더인 제나 역을 E.X.I.D.의 하니였던 안희연이
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겠지요. 하여간 제나의 팀인 코튼캔디는 스타피스라는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소위 '망돌'입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제나는 하나의 미션을 제안하는데,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뒤에 팀을 해체하겠다는 것입니다.
드라마가 짜놓은 설정은 그렇게 말이 안 됩니다. 이 이야기가 먹히려면 스타피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능력하고 사악한
회사여야 하지요. 스타피스는 이미 성공한 아이돌 팀을 두 개 이상 갖고 있고 그리 가난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창립 팀인
코튼캔디에게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했단 말이죠. 뒤로 가면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회사 내의
두 팀을 동시에 활동준비를 시키면서 체크도 안 한다거나. 보다보면 회사가 원수라는 생각만 들어요.
그런데 드라마는 의외로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억울함과 분노로 점철된 초반부를 넘기면 스토리 전개는 의외로 빨라요.
가장 큰 장점은 연애나 로맨스에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떡밥을 던지긴 하지만 시간을 들여
발전시키지는 않지요. 그보다는 코튼캔디 앞에 놓인 다양한 장애물들을 하나씩 극복해가며 목표에 접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중반을 넘기면 한 에피소드마다 장애물 하나씩이 제거되는 식이라 꽤 편하게 볼 수 있어요. 그 스토리가
엄청나게 좋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꾸준한 카타르시스가 있지요. 설정이 말이 안 된다고는 했지만 의외로 디테일은
픙부하고요.
결말이나
주제도 그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연예계의 성공은 당연히 중요하고 그 성공을 향해 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게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 코튼캔디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가상 아이돌입니다. 종종 가상인 게 아까울 정도죠. 다섯 배우 중 네 명이
실제 아이돌 출신이지만 연기 구멍도 없고 연기합도 좋아요. 회사 내 경쟁상대인 마스는 연기나 묘사가 가볍지만
주인공은 코튼캔디이고 당연히 거기에 집중해야지요. 단지 [선물]을 능가하는 노래가 나와야 했던 후반부의
음악들이 약한 건 아쉽습니다. 이 드라마가 본격적인 뮤지컬이었다면 심각한 결함이었을 거예요.
(21/12/22)
기타등등
이 드라마 시간대의 다음 작품은 레드벨벳의 조이인 박수영의 주연작 [한 사람만]이지요. 아이돌 자원의 보다 정상적인 활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출:
노종찬, 사석춘,
극본: 정윤정,
배우:
안희연,
추소정,
안솔빈,
한소은,
김지원,
곽시양,
김민규,
차선우,
박시현,
강재준,
다른 제목: IDOL [아이돌 : The Coup]
IMDb https://www.imdb.com/title/tt16236014/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drama_IDOL_2p__The_Coup.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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