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 (2021)

2021.12.31 22:13

DJUNA 조회 수:2818


감독 작업을 하는 여자배우들이 늘어가고 있죠. 구혜선, 윤은혜, 류현경, 문소리 기타등등. 문소리의 [여배우는 오늘도]는 21세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중요한 성취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조은지가 [2박 3일]이라는 아주 재미있는 단편영화로 이 리스트에 합류했어요. 보통은 여기서 끝나는데, 조은지는 그 뒤에 [키스는 안 돼요]라는 영화의 감독 제안을 받게 됩니다. 공식적으로 조은지의 장편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이 된 그 영화가 올해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으로 개봉됐죠. 제목 바꾼 건 잘 했어요. 카피 제목이었으니까요.

영화는 김현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김현은 몇 년째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이혼한 아내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절친과 연애 중이고 여자친구에게 차인 아들은 이웃집 유부녀를 짝사랑하고 있고요. 그런데 김현의 제자인 대학생 유진이 좋은 장편소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단편 원고를 가져옵니다. 김현은 유진과 함께 이 원고를 장편으로 확장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문제는 동성애자인 유진이 김현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고 그게 원고에도 반영되어 있었다는 거죠.

영화를 보다보면 왜 조은지에게 이 각본이 갔는지 알게 됩니다. [2박 3일]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막장가족스러움이 이 영화에도 있어요. 그것들이 점점 눈덩이처럼 뭉쳐가며 클라이맥스로 가는 리듬감도요. 단지 전 이 영화를 [2박 3일]처럼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하게 개인적이에요. 몇 달 동안 글이 막혀 쩔쩔매는 사람은 이런 내용의 영화를 보면 안 됩니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2박 3일]만큼 좋지 못해요. 일단 김현과 유진의 이야기가 개연성이 떨어지고 인위적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야기가 덜 뻣뻣해지는 건 아니지요. 이런 각본들이 동성애자 캐릭터를 다룰 때 튀어나오는 시혜적 대상화도 무시할 수 없고요. 나머지 이야기들은 발전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이미 이혼한 아내가 절친과 연애를 하면 안 되는 건가요? 바람 피우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등학생 아들과 유부녀 이야기는 선을 넘거나 그 직전까지 가야 재미있는 소재인데 영화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각본의 한계가 막고 있지만 잘 캐스팅된 배우들은 여전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여기저기에 반짝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감독 조은지의 역량이 이 영화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몇 편 더 보고 판단을 내리고 싶습니다. (21/12/31)

★★☆

기타등등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있습니다. 빌니우스요. 2019년에 찍었겠지만 배경은 코로나가 없는 2020년입니다.


감독: 조은지, 배우: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 오정세, 박형수 다른 제목: Perhaps Love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58712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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