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때까지 I'll Be Seeing You (1944)

2022.09.06 23:47

DJUNA 조회 수:1012


[다시 만날 때까지]는 네이버에서 찾은 제목인데 이 영화의 공식 번역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제인 [I'll Be Seeing You]는 [Right This Way]라는 실패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혼자 살아남은 노래 제목이지요. 지금도 사랑받고 여러 가수들이 부르는. 이 영화에서도 주제가처럼 쓰입니다. 원래는 노엘 카워드의 [I'll See You Again]이라는 노래를 쓰려고 했는데, 카워드가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르는 거 같아서 비슷한 제목의 인기있는 이 노래를 골랐다고 합니다. 찰스 마틴이라는 작가가 쓴 라디오 극이 원작이라는데 그건 제목이 뭐였는지 모르겠어요.

영화에서 조셉 코튼은 잭 모건이라는 군인을 연기합니다.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휴가를 받아 나왔어요. 잭은 열차에서 메리 마샬이라는 여자를 만나 반하는데, 메리에겐 비밀이 있었죠. 6년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잠시 휴가를 받아 나왔던 거였어요. 메리의 사연은 중반에 밝혀집니다. 로톡뉴스가 트윗을 올리면 분노의 멘션들이 달릴 법한 사연이에요. 제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짐작하실 겁니다.

미국에서는 개봉 당시 히트했지만 잘 기억되지는 않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중요한 작품일 수 있습니다. '휴가 받아 나온 여자 죄수'라는 설정이 낯익지 않나요? 이만희의 [만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입니다. 레오 맥커리의 [내일을 위한 길]이 [동경이야기]에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요.

이만희의 영화는 사라졌으니 일대일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용만 보면 [만추]가 여러 모로 더 나은 거 같습니다. 일단 설정이 더 절실하고 두 사람의 관계도 더 평등하지요. 이 영화의 잭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긴 하지만 여러 모로 메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전쟁영웅이고 감추는 것도 없지요. 하지만 메리는 죄수이고, 그 사실을 잭에게 감춥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드라마적으로도 약자인 거죠. 이 기울어짐은 당연히 드라마의 재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해결하려는 어떤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폭로와 결말로 이어지는 결말이 아주 약해요. 이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며 영화 전체 퀄리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좋은 부분도 많습니다. 일단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만족스럽고, 직설적으로 그려졌다고 해도 잭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메리가 젊은 여성으로서 겪은 부당한 사연 역시 진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갖고 있는 영화예요. 그 재료의 가능성을 조금 더 진지하게 탐구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22/09/06)

★★☆

기타등등
원래는 조운 폰테인이 메리 역으로 캐스팅될 뻔했는데, 계약상 문제로 포기했다죠. 조셉 코튼은 이 영화의 일정 때문에 히치콕의 [스펠바운드]에 출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펙보다 훨씬 그 영화에 잘 어울렸을 텐데.


감독: William Dieterle, 배우: Ginger Rogers, Joseph Cotten, Shirley Temple, Spring Byington, Tom Tully, John Derek, Chill Wills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694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697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