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재즈]는 장르의 시조 그러니까 최초의 라이브 콘서트 필름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분명 선례가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이 작품의 영향력은 달라지지 않죠.

195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을 찍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많은 콘서트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이 영화의 흐름은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재조립되었습니다. 일단 순서가 뒤섞였고 나흘 동안 진행된 행사를 찍었지만 마치 하루의 행사처럼 보이죠. 당시 행사엔 마일즈 데이비스도 왔고, 레이 찰스도 왔고, 데이브 브루벡도 왔고, 존 콜트레인도 왔다는데, 이들은 영화에 코끝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당시엔 이들을 빼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래도 루이 암스트롱, 셀로니어스 몽크, 다이나 워싱턴, 마할리아 잭슨, 척 베리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아쉬울 이유는 없습니다.

아카데미 비율이고, 이후에 나온 후배 영화들에 비하면 공연 장면의 촬영이 종종 갑갑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재즈는 앙상블이 중요한 예술이니 무대에 나온 사람들을 보다 공평하게 담는 게 중요한데, 당시 무대에 섰던 많은 음악가들이 솔리스트에 가려져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단 말이죠. 이건 당시 촬영 상황과 관련되어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카메라에 잡히는 공연 자체도 인상적이기 때문에 이 역시 아주 아쉽지는 않아요.

영화는 공연만큼이나 관객들과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공간도 담고 있습니다. 1950년대 말을 담은 타임캡슐이기도 한데, 그와 상관없이 관객들의 그림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종종 영화는 공연장 바깥으로 나가 근처 요트 대회나 일반 시민들을 담기도 합니다. 이들 전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여름 뮤직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잡아내고 있어요.

얌전하고 예의바른 영화입니다. 1950년대 영화니까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현대 관객들은 아무래도 이 긍정적이고 따뜻한 그림 뒤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는 정치적 긴장감을 찾아내려고 시도할 것 같습니다. 그건 관객 속에, 편집 속에, 당시의 신문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지요. (22/09/11)

★★★☆

기타등등
영화의 인상적인 오프닝은 물에 비치는 사물의 그림자가 찰랑거리는 그림을 담고 있는데,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재즈라는 예술의 성격을 그럴싸하게 반영하고 있기도 하죠.


감독: Bert Stern, Aram Avakian 출연: Jimmy Giuffre, Thelonious Monk, Sonny Stitt, Anita O'Day, Dinah Washington, Gerry Mulligan, Chuck Berry. Chico Hamilton, Eric Dolphy, Louis Armstrong, Mahalia Jacks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52942/
Naver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4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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