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2 23:27
아내의 전남편을 살해한 죄로 복역 중인 로이 터커에게 정체불명의 단체가 접근해 옵니다. 탈옥시켜주고 신분도
세탁시켜줄 테니까 자기네들이 원하는 뭔가를 해달라고요. 터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코스타 리카로 날아가
아내와 재결합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자기를 풀어 준 이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하죠. 그리고 명사수로
알려진 베트남 참전군인에게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뭐겠어요.
[암살 음모]는 스탠리 크레이머의 1977년작입니다. 숫자가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 텐데, 1977년이라면
[스타 워즈]가 개봉된 해니까요. 그 때도 크레이머가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고요? 그래요. 그리고 1979년에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The Runner Stumbles]이라는 영화인데 그게 그 사람 마지막 작품이에요.
1967년에 나온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이후로 크레이머는 계속 내리막이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많이 의지하는, 자기만의 분명한 스타일이 없는 감독이었잖아요.
그리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거의 연설하듯 자기 영화에 때려 박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사람들은
꾸준히 시류를 따르거나 앞질러야죠. 하지만 격동하는 6,70년대를 거치면서 크레이머는 스타일면에서나
주제면에서 노인네가 되어 뒤쳐졌습니다. 사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여러 모로 노인네의 영화였지요. 헵번이나
스테이시와 같은 클래식 할리우드 배우들이 그 노인네스러움을 정당화했을 뿐이죠.
진 해크먼 주연과 캔디스 버겐이 나오는 음모론 스릴러이니, [암살 음모]는 여러 모로 1970년대스럽습니다.
애덤 케네디라는 배우 겸 작가가 쓴 소설을 작가 자신이 각색했는데, 아마 소설이 나았을 거예요. 적어도
소설은 베스트셀러였고 평도 괜찮았다고 하니까요.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크레이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여럿 있겠지요. 일단 이 작품은 스릴러인데, 크레이머는 이 장르의 영화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뒤늦게
정교한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에 뛰어들었는데 잘 안 됐죠. 영화를 보면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주인공이나 정체불명의 단체 모두 게으르고 성의없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워터게이트 이후 미국에서 일반화된 정부 불신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음모론을 다루고 있는데,
크레이머는 유감스럽게도 그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대에 코폴라, 파쿨라, 드 팔마
같은 감독들이 만든 비슷한 장르의 영화와 비교해 보면 [암살 음모]는 여러 모로 공허합니다. 게다가
스릴러의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영화가 의도적으로 남겨놓은 구멍들(살해당한 사람과 조직의 정체 등등)이
성의없어 보입니다.
[암살 음모]는 엄청난 흥행 실패를 기록했고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잊고 싶어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크레이머는 회고록 [A Mad, Mad, Mad, Mad World: A Life in Hollywood]에서 이렇게 말했다지요.
"The picture starred Gene Hackman, Candice Bergen, and Richard Widmark, but I wouldn't be
surprised if they would prefer to remain as anonymous as the conspirators. If I'm right, it's a feeling I share."
(22/09/12)
★★
기타등등
캔디스 버겐은 진짜로 못 알아보겠어요. 당시 평론가들은 버겐이 셜리 윈터스 닮았다고 했다던데 이해가 가요.
감독:
Stanley Kramer,
배우:
Gene Hackman,
Candice Bergen,
Richard Widmark,
Mickey Rooney,
Edward Albert,
Eli Wallach,
Ken Swofford,
Neva Patterson,
Jay Novello,
Joseph V. Perry,
Majel Barrett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595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7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