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앤드 컨트리 Queen and Country (2014)

2014.10.09 22:51

DJUNA 조회 수:4606


존 부어먼의 [퀸 앤드 컨트리]는 그가 87년에 찍은 자서전적인 영화 [희망과 영광]의 속편입니다. [희망과 영광]이 제2차 세계대전의 첫 해를 보내는 어린 소년의 경험을 그린 자서전적인 영화라면, [퀸 앤드 컨트리]는 그 소년이 어른이 되어 군대에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네, 노인네가 마지막 작품으로 고른 영화 소재가 자기 젊었을 때 군대 경험인 겁니다.

당시는 군대에 있기엔 험악하기 짝이 없는 때였습니다. 때는 1952년.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한국전이 한창인 때였죠. 다행히도 우리의 주인공 빌 로한은 한국까지는 가지 않아요. 대신 부대 안에서 병사들에게 타자치는 법을 가르치지요. 저에겐 아주 괜찮은 자리처럼 보입니다만...

[희망과 영광]이 그랬던 것처럼 에피소드 위주의 영화입니다. 빌은 그가 오필리아라는 이름을 붙인 신비스러운 여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캐나다에서 잘 살던 누나가 집을 방문하더니 은근슬쩍 눌러앉고요. 군대에서 같이 타자를 가르치는 퍼시는 계속 말썽을 피웁니다. 어머니는 전쟁 당시 짧은 불륜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요. 그러는 동안 국왕이 죽고 엘리자베스 2세가 왕좌에 오릅니다. 이 이야기의 상당수는 존 부어먼이 직접 겪은 일이겠지요.

영화가 가장 무게를 두는 부분은 개인과 군대 시스템과의 전쟁입니다. 여기서 진짜 주인공은 소극적인 빌이 아니라 살짝 미친 그의 친구 퍼시지요. 퍼시는 원칙주의자인 브래들리 원사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 대부분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입니다. 군대 식당의 시계를 훔쳐서 빼돌리는 것 같은 것 말이죠. 부어먼은 여기에 책임회피의 선수인 레드몬드라는 중년의 징집병을 끼워넣어 시스템을 향해 다른 종류의 전투를 벌이는 개인의 대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풍자극에 머물지 않습니다. 종종 과장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캐리커처는 없어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1차원적인 악당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큰 브래들리 원사도 상당한 깊이로 그려지죠. 풍자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공격보다는 두 번째 세계대전을 끝내고 새로운 왕을 맞으며 다음 시대로 접어드는 50년대 영국의 시대 묘사 기능이 더 큽니다.

전작인 [희망과 영광]처럼 사랑스럽거나 로맨틱한 영화는 아닙니다. 아니, 여전히 로맨티시즘은 남아있지만 [희망과 영광]과는 다른 종류죠. 이 영화가 전작처럼 인기를 끌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의외의 만족감을 주는 매력적인 속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지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14/10/09)

★★★☆

기타등등
전편이 27년 전에 나왔으니 당연히 겹치는 배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전편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데이빗 헤이먼이 이 영화에도 같은 역으로 나오더군요. 하지만 사라 마일즈가 연기했던 어머니 역은 시니드 쿠작이 맡았습니다.


감독: John Boorman, 배우: Callum Turner, Caleb Landry Jones, Pat Shortt, David Thewlis, Richard E. Grant, Vanessa Kirby, Tamsin Egerton, Aimee-Ffion Edwards, Miriam Rizea, Sinéad Cusack, David Hay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239281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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