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올 나이트 Run All Night (2015)

2015.03.22 18:34

DJUNA 조회 수:8038


지미 콘론은 아일랜드계 조직폭력배 무리의 킬러입니다. 왕년엔 전설이었다지만 지금은 나이 먹고 알코올 중독으로 몸도 둔해져 이전 같지가 않죠. 그래도 그는 두목인 숀 맥과이어의 어린 시절 친구라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미의 아들 마이크를 죽이려는 숀의 아들 대니를 지미가 총으로 쏴죽이기 전까지는요.

리암 니슨 캐릭터가 [테이큰] 3부작에서는 딸과 아내를 구출하러 다니다가 [런 올 나이트]에서는 아들을 구하러 다닌다고 별별 농담이 도는데, 그렇다고 이 영화를 [테이큰] 시리즈의 아류로 보는 건 많이 섭섭한 일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테이큰] 시리즈에 속한 어느 영화도 [런 올 나잇]의 수준까지 올라온 적이 없어요. 리암 니슨이 나오고 그의 캐릭터가 가족과 얽혀 있다는 걸 제외하면 둘 사이에 별다른 스타일의 유사성도 없고요.

영화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분명한 선악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숀 맥과이어 패거리들은 악당들입니다. 하지만 그 악당 무리엔 주인공 지미도 포함되어 있지요. 숀 맥과이어는 감옥에 들어가 싼 인간이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는 인간입니다. 두 사람이 아들들 때문에 서로에게 총질하는 입장으로 가도 서로에 대한 이해까지는 거두지 않아요. 이 흐릿한 명암의 회색 세계에서 캐릭터와 동기는 훨씬 미묘하고 입체적입니다.

[런 올 나이트]가 [테이큰]보다 더 나은 결정적인 차이점은 아버지라는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테이큰]의 이야기는 딸에게 강제로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게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죠. 하지만 [런 올 나이트]는 혼자 알아서 큰 아들에게 사과할 일밖에 남아있지 않는 나쁜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속죄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 쪽이 더 절절하고 캐릭터도 깊이가 있습니다.

리암 니슨의 노익장 액션을 팔아먹는 영화지만 그에 특화되어 있다기 보다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물의 공식 안에 안주하는 영화입니다. 안주라는 말을 썼지만 게으르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신 모두가 익숙한 이 세계의 공식을 논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잘 뽑아 쓰고 있지요. 논리적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바보 짓을 안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그런 바보 짓이 그 사람에게는 이치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거죠. 액션도 불필요한 과장 없이 '그럴싸한 사실성'을 준수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밋밋하지 않고요. 후반이 조금 늘어지긴 한데, 그렇다고 신경 쓰일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그걸 걱정해서 관객들이 늘어지지 말라고 플래시포워드 오프닝을 넣어주고 있고요.

하우메 콜렛-세라와 리암 니슨이 함께 한 세 번째 액션 영화입니다. [언노운], [논스톱], [런 올 나이트]. 다들 [테이큰]보다 낫고, 회를 거듭할수록 더 나아집니다. 한 편 정도 더 기대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리암 니슨의 나이도 있으니 이 정도에서 끝나도 아쉽지는 않겠죠. (15/03/22)

★★★

기타등등
닉 놀티가 잠시 나왔다던데 못 알아봤습니다. 원래는 더 큰 역이었는데 편집 때 잘렸대요.


감독: Jaume Collet-Serra, 배우: Liam Neeson, Ed Harris, Joel Kinnaman, Boyd Holbrook, Bruce McGill, Genesis Rodriguez, Vincent D'Onofrio, Lois Smith, Common

IMDb http://www.imdb.com/title/tt219957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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