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It Follows (2014)

2015.04.03 23:40

DJUNA 조회 수:7693


[팔로우]는 데이빗 로버트 미첼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고 첫 번째 호러입니다. 전작인 [The Myth of the American Sleepover]에 대해 좀 검색해봤는데 [팔로우]와 이 영화가 겹치는 부분은 모두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더군요. 이 감독의 지속적인 관심분야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얼핏 보면 평범해보입니다. 저주에 걸려 괴물에게 쫓겨다니는 젊은 여자 이야기죠. 이 설명에 걸리는 호러 영화만 골라도 몇 천, 몇 만 편은 나올 걸요. 그리고 이 소재의 광범위함은 거의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줄거리를 조금 자세히 파기 시작하면 영화 고유의 재료가 보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제이는 휴라는 이름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하는데 그 뒤부터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쫓아 옵니다. 휴 역시 같은 저주에 걸렸었었는데 그걸 섹스로 제이에게 넘겨준 거죠. 이 저주를 풀려면 빨리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해서 저주를 넘겨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죽으면 그 저주는 다시 전 사람에게 돌아와요. 영화는 마치 게임 규칙처럼 이를 분명히 합니다.

이건 좀 새롭습니다. 괴물이 여자주인공을 쫓아오는 건 전에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그 행위 자체를 소재로 삼은 건 특별하지요. 이건 거의 콜롬부스의 달걀입니다. 다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아이디어도 좋지만 영화는 이를 아주 효과적으로 살렸습니다. 우선 영화는 장르 초보자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 하나를 피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봐 조바심내면서 충격 효과를 남발하는 거요. 영화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신중하고 정확한 페이스를 유지합니다. 공포 효과의 수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고요. 잔인한 장면도 많지 않고 상상력을 투영할 빈 공간도 적절하게 넣었어요. 팬을 이용한 좌우 대칭 구도의 적절한 유지와 파괴가 만들어내는 효과도 훌륭하고요. 너무 침착하게 잘 하기 때문에 늘 100점 맞는 모범생처럼 좀 얄미울 지경입니다.

영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움직이고 있지만 많이 과거 지향적입니다. 주인공에게만 보이지만 분명한 물리적 실체가 있는 영화 속 존재는 거의 M.R. 제임스나 모파상의 소설에 나왔을 법한 구식 괴물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80년대에 존 카펜터가 썼을 법한 전자 음악과 오로지 50년대 괴물 영화들만 나오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등으로 꾸준히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영화에 나오는 애들이 의외로 참하다는 것입니다. 착하고 예의바른 애들이에요. 욕도 거의 안 하고 끝까지 친구들도 챙겨주고. 그리고 영화는 이들을 살인마 괴물에게 살해당할 고깃덩어리로 보는 대신 끝까지 존중해줍니다. 공포영화 장르 안에서 보면 이건 꼭 장점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래도 전 이런 터치가 [팔로우]라는 영화를 더 좋은 영화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15/04/03)

★★★☆

기타등등
규칙이 분명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 계속 따지게 되더군요. 여기서 섹스는 어디까지 포함하나요? 오럴이나 동성애도 포함될까요? 쓰리섬을 하면 저주는 어디로 가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감독: David Robert Mitchell, 배우: Maika Monroe, Keir Gilchrist, Daniel Zovatto, Jake Weary, Olivia Luccardi, Lili Sepe

IMDb http://www.imdb.com/title/tt32358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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