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히니아는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시골 농장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병에 걸렸다는 비르히니아의 사촌을 방문하러 떠나요. 그 사이에 그 사촌의 동생인 아나벨이 의식을 잃은 채 집으로 실려옵니다. 바깥에는 광견병이 돌고있다는 뉴스가 들리고, 간신히 깨어난 아나벨은 하는 행동이 조금 이상합니다.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요.

이 영화에서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죠. '뱀파이어'요. [어둠이 올 때까지]는 바로 '뱀파이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뱀파이어 영화'의 서브 장르에 속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일수록 관객들은 영화가 뱀파이어에 대한 것이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요. 그것도 셰리단 레 파누의 [카르밀라]의 영향을 받은 레즈비언 뱀파이어 계열요.

관객들이 이 영화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건 영화의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잘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더 잘 먹히는 영화죠. 영화는 관객들에게 기본 장르 정보가 있다 치면서 설명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모호하고 뭔가 잘못된 분위기를 적절하게 흘리며 클라이맥스까지 느긋하게 걸어가요. 장르 포르노라고 해도 될 거 같아요. 야한 영화라는 게 아니라 스토리보다는 장르의 분위기나 개별 요소들을 즐기는 부류라는 거죠.

깔끔하고 세련되게 잘 만들어졌지만, 생기나 독창성은 좀 부족한 영화입니다. 아르헨티나 뱀파이어 영화는 처음 봤어요. 하지만 무대가 되는 시골 마을은 좋은 호러 배경이긴 해도 이 영화만의 무언가를 보여줄만큼 신선한 곳은 아닙니다. 비르히니아와 아나벨의 관계는 관객들의 기대를 자극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드라마가 만들어질 만한 수위까지 오르지 못하고요. 딱 여기까지가 의도였을 수도 있고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전 이 재료를 갖고 충분히 더 할 수도 있었을 거 같아요. (14/07/21)

★★☆

기타등등
어두운 밤장면이 당연히 많죠. 하지만 이 장면 대부분이 밋밋하게 보인 건 디지털 촬영 때문일까요, 아니면 한국어 세로 자막을 깔겠다며 양옆의 커튼을 치지 않은 부천 시청의 환경 때문일까요.


감독: Martín De Salvo, 출연: Pablo Caramelo, Marta Lubos, Romina Paula, Mora Recalde, Luciano Suardi, 다른 제목: Darkness by Day

IMDb http://www.imdb.com/title/tt280636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9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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