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 (2014)

2014.12.06 23:21

DJUNA 조회 수:4490


오후 공연에 단 한 명의 관객도 오지 않자 주연배우 연신은 동료 단원들에게 화를 벌컥 내고 소극장을 나섭니다. 배우의 인생은 지금 바짝 꼬여있는 상태. 연극도 연극이지만, 출연할 뻔한 영화에는 연기 경력도 없는 아이돌에게 밀렸고, 동료 연극인인 남자친구와는 헤어졌고... 아, 정말 아침에 꿈자리도 안 좋았는데.

무작정 죽치고 앉은 공원에서 연신은 금연구역이니 담배를 끄라고 참견하는 우연이라는 남자를 만납니다. 알고 봤더니 그는 잠복근무 중이라는 형사. 꿈은 거의 안 꾸지만 해몽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그는 배우 꿈을 해석해주겠다고 나서죠. 그의 해석은 기가 막히게 연신의 이야기와 맞고... 그리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줄거리를 따지는 게 거의 무의미해집니다.

전작 [로맨스 조]가 그랬던 것처럼 [꿈보다 해몽]도 이야기와 이야기꾼에 대한 영화입니다. 단지 전작보다 훨씬 순수해졌지요. 군더더기가 거의 없이 오로지 이야기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입니다. 배우, 남자친구, 형사, 이 세 사람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발전되는 몇몇 기본 테마(자동차, 자살, 감금...)가 만들어내는 거의 음악적인 이야기의 미로 속을 돌고 돕니다.

홍상수와 브뉴엘의 영향은 당연한 것이고 루이스 캐롤의 인용은 노골적이지만 전 이 영화를 오히려 프로코피예프 같은 클래식 작곡가와 더 비교하고 싶어집니다. 이야기의 의미와 주제는 여전히 중요해요.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삶의 고단함, 죽음과 질병, 빈곤에 대한 공포와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들은 문학적으로보다는 음악적으로 발전합니다. 중반 이후를 넘어서면 그런 반복과 변주가 만들어내는 음악적인 논리가 이야기의 논리를 넘어서지요.

의외로 즐거운 영화입니다. 우울한 소재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정확한 유머 감각과 약간 엇박자인 리듬 덕택에 영화가 긍정적이고 밝아요. 그리고 그런 경쾌한 전조가 영화 속에서 논리적으로 느껴지고요. 요새는 자신과 관객들을 속이지 않고 이런 결말로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꾼이 존경스럽습니다. (14/12/06)

★★★☆

기타등등
영화에 거의 조연배우 수준으로 나오는 하얀 차는 감독 자신의 것이라고요.


감독: 이광국, 배우: 신동미, 김강현, 유준상, 다른 제목: A Matter of Interpretation

IMDb http://www.imdb.com/title/tt42030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95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