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스톤 A Walk Among the Tombstones (2014)

2014.09.27 00:26

DJUNA 조회 수:6349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지금까지 단 한 편 영화화되었습니다.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소설인 [8백만가지 죽는 방법]이었죠. 하지만 할 애쉬비가 감독했고 올리버 스톤과 데이빗 리 헨리가 각색했으며 제프 브리지스가 주연한 이 영화에 대한 평판은 형편없습니다. 원작과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만 봐도 중박은 쳐야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말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전 어떻게 그렇게 말아먹을 수 있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86년의 실패를 뒤로하고 두 번째 매튜 스커더 영화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8백만가지 죽는 방법]보다 10년 뒤에 나온 [무덤으로 향하다]를 각색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역제인데 영화판에서는 [툼스톤]이라는 의미없는 제목을 쓰고 있습니다. 이럼 와이어트 어프 나오는 서부극이라고 오해하지 않을까요? 아니, 요새 관객들은 와이어트 어프가 누군지 모르나?

영화는 시리즈를 리부트시키고 있습니다. 시대배경은 1999년. [무덤으로 향하다]가 1992년에 나왔으니 좀 어정쩡한 때죠. 스커더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1991년에 일어난 것으로 되어 있고요. 영화에 따르면 스커더는 그 때 이미 알코올 중독자였고 그게 사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나오니까 순서가 바뀌었죠. 하지만 시리즈의 성격을 바꿀 정도는 아닙니다. 이렇게 해도 이치에 맞고 캐릭터는 유지되지요.

영화의 이야기는 그 사건 이후 경찰을 그만둔 뒤 술을 끊고 AA 모임에 나가는 스커더가 같은 모임에 다니는 회원의 형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마약업자인 그 형의 아내가 납치되었는데 40만불을 지불했는데도 무참하게 살해당했던 거죠. 의뢰인은 경찰에 알리지 않고 범인을 잡아 복수할 생각입니다.

그 뒤로 스커더가 수사를 하고 범인을 잡는 과정이 나머지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냥 공식적인 사립탐정물의 이야기죠. 영화도 이 이야기가 엄청나게 새롭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잔인무도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영화 전체의 이야기 흐름은 거의 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지요.

영화는 스토리에 양념을 치는 대신 캐릭터 묘사에 집중합니다. 원작의 스커더는 과거의 기억과 알코올 중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고 마음이 잘 맞는 여자친구도 있지요. 하지만 영화 속 스커더는 막 이야기를 새로 시작하는 터라 인생이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습니다. 원작의 잔혹한 묘사는 줄었지만 분위기는 영화 쪽이 훨씬 어두워요. 당연히 여자친구도 없고 흑인소년 TJ와의 관계도 이 영화에서 막 시작되었죠. 그리고 이 새로 맞춘 스토리 라인의 설득력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후반부의 액션도 스커더의 내면 갈등에 맞추어 새로 짜여졌는데 역시 그럴싸해요.

장르의 새로운 문을 연 작품 같은 건 당연히 아닙니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만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이번에도 실망하겠군요. 하지만 이 정도면 준수한 장르물이고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좋은 시작입니다. 프리퀄이라고 치고 [8백만가지 죽는 방법]을 리메이크해주면 고맙겠군요. 하지만 설정이 바뀌었으니 그러려면 많이 고쳐야겠군요. (14/09/27)

★★★

기타등등
로렌스 블록의 트위터를 훔쳐봤는데, 그는 영화가 맘에 드는 모양입니다.


감독: Scott Frank, 배우: Liam Neeson, David Harbour, Adam David Thompson, Dan Stevens, Astro, Ólafur Darri Ólafsson, Danielle Rose Russell, Eric Nelsen, Sebastian Roché

IMDb http://www.imdb.com/title/tt036590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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