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거의 학교 숙제처럼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제 브램 스토커의 뱀파이어 드라큘라는 충분히 다루었으니 드라큘라의 모델이었던 블라드 체페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거죠. 그렇다고 루마니아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만들어졌을 역사에 충실한 전기 영화는 곤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뱀파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요새 나오는 이런 종류 액션 영화의 주인공다워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조건들을 다 충족시키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이미 답이 정해진 학교 숙제가 되지요.

영화는 블라드 체페슈가 트란실바니아로 돌아와 10년 동안 평화롭게 나라를 통치한 군주였던 시절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속 블라드는 적들을 나무 꼬챙이에 꽂아 죽인 것으로 악명 높은 사람치고는 이성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터키 황제가 유럽을 침공하겠다면서 그의 아들을 포함한 어린 소년들을 요구하자 그는 끔찍한 계획을 세웁니다. 뱀파이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죠. 뱀파이어의 피를 마시면 그는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뱀파이어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사흘 동안 사람의 피를 마시지 말아야 다시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물론 관객들은 어쩌다가 그가 여기에 실패하는지 궁금하겠죠.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호러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호러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는 이 영화에서 그냥 수퍼히어로예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수퍼 히어로 기원담입니다. 피를 빠는 것보다 박쥐로 변신하고 보통 사람의 몇 백배 힘으로 적군을 죽이는 실력이 더 중요하죠. 조금 어둡고 피에 절어있을 뿐이지, 영화 전개 방식도 그냥 수퍼 히어로 코믹북 각색물 같습니다. 소문을 들어보니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을 시작으로 유니버설 호러 영화 주인공들이 같은 유니버스로 연결되는 시리즈가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마블 시리즈가 정말 여럿을 망쳐놨지.

나쁘지 않은 페이스로 질주하는 영화이고 특수효과나 액션 구경도 나쁘지는 않지만 대단한 성의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프로페셔널의 책임감 이상을 갖고 일했을 거 같지 않아요. 특별한 장점없이 무난하기만 한 영화입니다. (14/10/02)

★★

기타등등
용산에서 아이맥스로 봤는데, 암만 봐도 아이맥스로 봐야 할 이유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냥 제대로 마스킹된 일반관에서 보세요. 그쪽이 더 나을 거예요.


감독: Gary Shore, 배우: Luke Evans, Sarah Gadon, Dominic Cooper, Art Parkinson, Charles Dance, Diarmaid Murtagh, Paul Kaye

IMDb http://www.imdb.com/title/tt082915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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