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2013)

2014.01.24 16:55

DJUNA 조회 수:7422


다들 아시겠지만 방은진의 [집으로 가는 길]은 장미정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장미정은 2004년에 남편의 지인이 수리남 금광의 원석이 담긴 가방 2개를 프랑스까지 운반해주면 4백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해서 그 가방을 들고 프랑스에 입국했는데, 오를리 공항에서 그 가방 안에 든 물건이 원석이 아닌 코카인임이 발각되어 구속되었습니다. 2005년 1월에 프랑스 령인 마르티니크의 교도소에 수감된 장미정은 2006년 11월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었습니다. 주범인 남편의 지인이 2005년에 체포되어 장미정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이렇게 늦은 이유는 그 재판 서류가 중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죠. 하여간 이 이야기는 그 해 11월 22일에 방영된 [추적 60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도연이 연기한 송정연이 영화 속에서 겪은 일도 이와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과 얼마나 일치할까요? 장미정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흔하기도 하고. 하지만 주불 영사관의 사람들의 묘사는 과장되었음이 거의 분명하고 송정연이 마르티니크의 형무소에서 겪은 일의 상당수는 그냥 허구일 것 같더군요. 특히 악당 간수로 나오는 헬보이는 척 봐도 70년대 여죄수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의 구체적인 사실여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건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외교통상부 사람들에 대한 온갖 호러스토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영화 속에서 그들이 보는 것은 몇년 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재현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직접 겪고 들은 경험의 일반화된 덩어리인 겁니다. 마르티니크 형무소에서 벌어지는 가학행위 묘사는 그냥 장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다시 말해 영화는 관객들이 이런 영화에서 상상하고 기대하는 것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그 때문에 실화의 사건 전개를 침착하게 따라가는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강한 멜로드라마의 경향을 띄게 됩니다. 이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실화의 충실한 재현이 아니라 송정연이 세상의 온갖 고난을 겪는 비극의 여자주인공으로 나오는 멜로드라마로 만드는 것이죠. 이 영화에 일어나는 사건들, 인물들은 대부분 송정연에게 부당한 고난을 안겨준다는 단 한가지 이유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런 집중화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일관성이 깨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송정연과 남편 종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기능성 인물들인데, 모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전체적인 어울림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죠. 특히 영사관의 코믹 악당 콤비는 전혀 다른 영화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강한 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소 우직한 멜로드라마라고 했지만 그건 실제로 먹히는 멜로드라마인 것이죠. 송정연이 겪는 고통, 공포, 분노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무리하지 않고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큽니다. 멜로드라마의 전통이 그냥 있는 게 아니죠. 조금 절제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전도연은 이번에도 한국 멜로드라마 연기의 끝을 보여줍니다. 이전보다는 일상화된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이 배우의 연기 대부분은 고통에 대한 격렬한 반응이 차지하죠. 기시감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거야 오페라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자신에게 최적화된 레파토리의 아리아를 부르는 디바의 모습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13/12/16)

★★★

기타등등
앞에서도 말했지만, 장미정이 겪은 일은 비교적 자주 일어납니다. 전 베아트리스 소뱅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군요. 중국인 남자친구의 짐을 나르다가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간신히 감형되어 그 곳 형무소에서 10년을 살았던 사람이죠. 이자벨 아자니가 이 이야기의 영화화에 관심을 가졌던 적 있습니다. 정말로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비교대상이 되었겠죠.


감독: 방은진, 배우: 전도연, 고수, 류태호, 배성우, 강지우, Joanna Kulig, Corinne Masiero, 다른 제목: Way Back Home

IMDb http://www.imdb.com/title/tt279710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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