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스 게임 Ender’s Game (2013)

2014.01.24 21:44

DJUNA 조회 수:8062


오슨 스콧 카드의 히트작 [엔더스 게임]은 원래 단편이었죠. 소문에 따르면 그는 장편 [죽은 자의 대변인]을 쓰면서 애를 먹다가 주인공을 [엔더스 게임]의 엔더로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일단 엔더의 이야기를 늘려야했는데, 여기서 나온 것이 우리가 아는 장편 버전이라는 거죠.

이 작품이 80년대 SF 최고 걸작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장르적 디테일은 훌륭하고 주인공 엔더에겐 SF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문 때문에 읽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작품 내에 구체적인 종교 성향은 그리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영화화 계획이 몇년째 진행되었고, 결국 개빈 후드가 감독을 맡고 아사 버터필드가 주인공 엔더 위긴을 맡은 영화판이 나왔습니다. 영화 개봉 이전에 원작자의 그리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발언들이 발굴되어 제작사를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흥행 결과는 아주 나빴습니다. 보이콧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의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야기 자체의 문제가 있습니다. [엔더스 게임]의 이야기 자체는 반전이 있는 단편에 어울려요. 오슨 스콧 카드는 여기에 생생한 캐릭터와 우주를 넣어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하지만 줄거리만 보면 여전히 단편입니다. 지구를 침공했던 외계인에 맞서기 위해 천재 소년 엔더가 훈련을 받고 시험을 치르는데, 알고 봤더니... 그리고 영화화하기 위해 각색하려면 작가가 넣은 디테일들을 잘라내고 단편 아이디어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 게다가 그 아이디어는 영상매체 안에서 재현되면 실망스럽습니다. 아이들의 전쟁놀이가 대부분이고 '실전'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전 클라이맥스에선 울컥했습니다. 워낙 주제와 이야기의 힘이 강하니까요. 인종 학살이나 마찬가지인 전쟁을 게임처럼 하며 훈련받는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어떻게 무감각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영화는 나머지를 제대로 살리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 부분부터는 충분히 이야기 템포를 조절하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그냥 이야기를 끝내는 데에만 바쁜 거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배우들도 좋고 기술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고요. 하지만 이 각색물에서는 [엔더] 시리즈의 팬들이 사랑했고 몰두했던 부분들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꼭 영화가 원작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좋은 부분들이 많이 날아가 버렸고 그를 대체할 것이 거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죠. (14/01/04)

★★☆

기타등등
굳이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봐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래비티]도 마찬가지. 고해상도 촬영부분이 없는 와이드스크린 영화는 제대로 된 화면 비율을 제공해주는 극장에서 보는 게 더 좋습니다. 어차피 화면 상당부분은 사용되지도 않을 거.


감독: Gavin Hood, 배우: Asa Butterfield, Harrison Ford, Hailee Steinfeld, Abigail Breslin, Ben Kingsley, Viola Davis, Aramis Knight, Suraj Partha, Moises Aria

IMDb http://www.imdb.com/title/tt173114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9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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